프리보드 시장 5년째 `좀비` 상태

거래 · 자금 · 신뢰 3無 `프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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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보드시장 기업으로 지정된 시스템통합(SI)업체 솔보텍 주가는 상반기 내내 6000원이다. 올 상반기 주식거래일수인 122일 동안 거래가 이뤄진 것은 단 두 차례. 하지만 주식 가격이 바뀌지 않았으니 주식 거래로서 의미를 잃었다. 솔보텍은 거래부진을 이유로 지난해 5월 프리보드기업 지정 이후 1년 1개월 만에 ‘투자유의종목’ 신세가 됐다.

 

 #중계차용 모니터업체인 남송산업도 지난 1월에 1만4300주가 거래된 이후 5개월 이상 전혀 거래가 없다. 사실상 ‘휴면 주식’인 셈이다. 두 기업을 포함해 우성아이비, 지엔뷰, 웰스킨화장품 등 5개 기업이 거래부진으로 투자유의종목에 포함됐다.

 

 지난 2007년 비상장기업 중 성장단계에 접어든 혁신형 기업을 중심으로 출범한 프리보드시장이 5년째 ‘빈사’ 상태다. ‘제3시장’이란 명칭이 붙어있던 지난 2000년부터 따지면 11년 동안 살아있어도 ‘죽어버린’ 시장이 돼버렸다.

 총 68개 기업·75개 종목을 지정한 프리보드시장에서 지난 상반기 1일 평균 거래금액은 2억원에 불과했다. 거래량도 30만주에 머물렀다. 68개 기업을 다 끌어모아도 코스닥 소형 기업 하루 거래규모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거래소와 코스닥에 이은 3부시장으로 여겨져왔던 프리보드시장이 지금은 거래·자금·신뢰의 세 가지 핵심가치를 모두 상실한 ‘3무(無) 시장’으로 전락했다. 벤처·신생기업의 안정적인 자금조달 창구인 동시에 투자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던 선순환 기능은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시장 거래 부진은 기업 불안정과 불합리한 거래제도, 운영주체 무관심 속에서 자금 이탈과 신뢰 붕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프리보드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 3월에 2억6000만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하향세를 그리다 6월에는 1억2000만원 수준까지 주저앉았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닥시장 일평균 거래량 5억9000만주, 거래대금 1조6000억원의 1만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자본조달 기능도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상반기 유상증자는 4건에 불과했고 회사채 발행도 1건에 그쳤다. 교육업체인 명품아카데미가 4억원 유상증자를 한 것이 그나마 가장 큰 금액이다. 지난해 코스닥시장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 규모 1조2200억원과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수치다.

 시장 관리를 맡는 한국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코스닥 상장사 1개 기업의 하루 평균 거래량에도 못 미치는 빈약한 거래금액과 거래량으로 인해 프리보드 시장에서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호·이경민기자 jholee@etnews.co.kr

 

 <용어>

 ◆프리보드는=유가증권·코스닥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기업중 성장성이 있는 벤처·혁신기업들의 주식을 매매·거래할 수 있는 장외시장이다. 2000년 ‘제3시장’이란 이름을 써오다 2007년 프리보드로 바꿨다. 주식 유통에 필요한 최소 요건만 갖추면 진입이 가능하다.

 

 표/프리보드시장 올해 월별 일평균 거래 추이

 (단위: 주, 원)

<자료:금융투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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