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중소기업 기술 개발을 독려하기 위해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을 통해 1000억원을 출연한다. 삼성전자는 지원 대상을 협력사로 제한하지 않고 국내 모든 중소·중견·벤처기업을 공모를 거쳐 선정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25일 서울 반포동 팔래스호텔에서 지식경제부, 대중소기업협력재단, 삼성전자 협력사협의회, 혁신기술기업협의회와 ‘연구개발(R&D) 성과 공유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는 R&D 성과 공유 투자기금으로 1000억원을 협력재단에 출연해 ‘신기술 개발 공모제’를 통해 우수중소기업을 선정, 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거래 여부와 상관없이 특화된 기술을 보유했으나 개발자금이 부족한 국내 중소·중견기업이면 누구나 공모에 참여 가능하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면 신기술 개발비 70% 내에서 최대 10억원까지 지원받고, 필요할 경우 지원 한도를 확대할 수 있다.
지원 분야는 연구개발과 인력양성, 생산성 향상, 해외 시장 진출 크게 네 가지다. 설비 및 핵심부품 국산화, 신소재 개발과 같이 단기간에 상용화 가능한 단기 과제와 차세대통신, 친환경 소재 등 중장기 과제로 나눠 지원한다. 세부 분야는 차세대통신, 클라우드컴퓨팅, 헬스케어·복지, 2차전지, 신소재, 첨단설비, 스마트그리드, 그린에너지 등이다.
삼성전자는 정부의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에 적극 동참하며, 실력 있는 중소기업을 발굴하고 이들과 성과를 공유하기로 했다.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기술경쟁력을 높이고, 우수 중소업체들이 삼성전자와의 거래가 확대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전자와 중소 협력사, 우수 기술기업이 새로운 동반성장 모델을 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구체적 성과를 창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그동안 협력사와 공정한 거래문화 정착을 위해 원자재 변동가를 부품단가에 즉시 반영하는 합리적 단가결정 제도와 중소 협력사 기술보호제도를 적극적으로 운영해 왔다”고 덧붙였다.
협약은 지난해 말 정부가 ‘동반성장 투자재원 출연 세액공제제도’를 마련한 후 실제로 출연이 이루어진 첫 사례다. 무상 현금지원이라는 점에서 융자 중심 기존 협력업체 지원 프로그램과 차이가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 대기업이 협력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재단에 출연하는 경우, 해당 금액의 7%를 법인세에서 공제하는 ‘동반성장 투자재원 출연세액공제제도’를 마련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삼성의 결단은 동반성장이 기업문화로 정착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중소기업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납품가를 보장해주는 것으로 납품가 보장이 중소기업 수입과 영속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최 장관은 “최근 기업 회장들께 동반성장 관련 서적을 서신과 함께 송부했다”고 언급하며 “서신에서 기업 회장들께 임원들이 납품단가를 깎아서 내는 실적은 인사평가 항목에서 제외해달라는 요청을 드렸다”고 말했다. 그는 “납품단가를 깎으면 유망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이 고사하고 부품 품질이 부실해져 결국 대기업도 이익을 지속할 수 없게 된다”며 “동반성장을 행동으로 실천하면 기업 생태계의 공동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승규·배옥진기자 seu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