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중립성이란 개념 자체를 다시 정립해야 합니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발언은 국내 통신사업자들의 망 인식을 정확히 보여준다. 통신사업자 입장에서 망은 더이상 중립적인 가치를 가진 재화가 아니다.

 원래 망 중립성은 ‘인터넷으로 전송되는 데이터 트래픽을 내용, 유형, 제공사업자, 부착된 단말기기 등에 관계 없이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서비스 원칙을 일컫는다. 고전적인 의미의 망 중립성은 통신망을 독점하고 있던 사업자가 타사업자의 네트워크 접근제한을 통해 시장, 단말기 등 산업을 독점화할 우려에 따라 제기됐다.

 하지만 통신사업자들은 데이터가 폭증하고 콘텐츠제공자들이 네트워크 기반의 새로운 서비스를 쏟아내는 시대에 더이상 망 제공자들에게만 부담을 지워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한쪽에만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것은 전체 산업의 건전성 및 발전성을 저해하는 ‘암적인 존재’로 발전할 수 있다는 논리다.

 KT에 따르면 최근 4년간 국내 인터넷 트래픽은 유선 4배, 무선은 20배가 증가했다. 특히 무선 데이터는 스마트폰 무제한요금제 적용 이후 급증했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데이터 폭증이 이제 시작 단계라는 사실이다.

 향후 클라우드, 스마트TV 등 새로운 서비스가 대중적으로 퍼지면 이미 한계치에 다른 네트워크 자원의 확장은 불가피하다. KT에 따르면 이미 유선 네트워크 수용률은 올해 초반 85%에 육박했고, 무선 네트워크는 이미 적정 용량을 초과했다.

 때문에 이미 네트워크 고도화는 관련 사업자들에게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문제는 투자비용 및 주체다.

 통신사업자들은 데이터 폭증의 주요 원인으로 콘텐츠사업자(CP)들의 서비스를 지목하고 있다. 이통사들은 이들이 망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이용해 수익을 올리는 만큼 더이상 무임승차(Free Riding)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통신사업자들의 주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최근 시작된 NHN의 모바일 프로야구 중계다. 스마트 폰 등으로 국내 프로야구 중계를 실시간 시청할 수 있는 이 서비스는 열흘 만에 7000명이던 모바일 동시접속자 수가 2만2000명으로 늘어나는 등 인기몰이 중이다. 프로야구 한 경기를 평균 3시간으로 산정하면 스마트폰 한 대당 약 700Mb의 데이터 트래픽이 발생한다.

 이처럼 콘텐츠사업자가 수익 증가를 위해 최대한 트래픽(망)을 이용하지만 이에 대한 대가는 지불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통신사업자들의 주장이다. 이런 상황은 결국 ‘공유지의 비극’을 불러 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콘텐츠제공자 등이 트래픽 발생에 따라 망 투자비용 일부를 부담해야 건전한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무제한요금제 아래에서 적절한 수준의 네트워크 제어도 통신사업자들의 요구사항이다.

 통신사업자들은 헤비유저의 트래픽 독점이 다수 일반 이용자에게 역차별로 작용한다고 말한다.

 유선은 5% 가입자가 49% 데이터를 점유하고, 무선은 1% 사용자가 데이터 45%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적절한 네트워크 규제 없이는 대다수 가입자가 같은 돈을 내고도 이용에 제한을 받는 역차별을 피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불법 콘텐츠 트래픽 차단 등 공익적 목적의 네트워크 관리와 웹, 이메일, SMS 등 기본 서비스를 우선순위에 두는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통신사업자들은 인터넷 기반 서비스사업자의 네트워크 투자 분담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대다수 이용자의 편익 및 효율적 망 운영을 위해 망 관리 권한을 갖길 바라고 있다. 이를 위해 효율적 망 관리 및 망 고도화를 고려한 정책 마련이 우선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래픽1> 헤비유저 트래픽 독점현상. 서울 성북구 실측 결과 (2010.10) 출처: KT

 1개 가입자의 대역폭 독점(97.2%)으로 다른 이용자의 인터넷속도는 최소 29배에서 최대 265배의 속도저하가 나타남.

 

 

 

 그래픽2> 유■무선 헤비유저의 트래픽 독점 현황. 출처: KT

 

유선망

 

 무선망

 

 그래픽3> 네트워크 한계 현황. 출처: KT

 3G 무선 데이터 트래픽은 2010년 12월 1635TB로 적정처리 용량이 1370TB를 이미 초과한 상황 (적정용량대비119%)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