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케이블TV `재송신 가격` 놓고 2라운드 전쟁 포문

"콘텐츠 대가 vs 재송신 대가"

 지상파방송과 케이블TV업체가 재송신 산정 가격을 놓고 2차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최근 법원이 케이블TV 지상파방송 재송신 행위를 금지하라고 판결, 재송신 대가 산정이 분쟁의 핵심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열린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의 지상파CEO 간담회에서도 재송신 대가 산정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방통위도 대가 산정 기준을 위한 ‘재송신협의회’와 ‘실무협의회’를 구성할 방침이어서 분쟁 양상이 명분에서 실리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재송신 산정 대가와 관련해서는 양측의 입장차가 극명하게 갈리는 상황이어서 자칫 이번 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지상파방송 ‘1인당 960원’ 내라”=지상파방송과 케이블TV 대립은 겉으로는 콘텐츠 저작권과 시청권을 둘러싼 권리 싸움으로 비쳐졌지만 결국 ‘돈’ 문제로 귀결됐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법원은 지상파방송 손을 들어 줬다. 판결로 탄력이 붙은 지상파방송은 콘텐츠 대가 지불을 전면에 내세우며 공세 수위를 크게 높이고 있다.

 지상파방송은 1인당 월 320원, 지상파 3사를 기준으로 960원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주말 지상파CEO 간담회에 참석한 지상파방송사 대표들은 일제히 협의체 구성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발언들을 쏟아냈다. 김인규 KBS 사장은 “협의체 활동 기한을 확실히 정해서 매듭을 분명히 지어야 한다”며 “지상파와 MSO 사장단으로 대표기구를 만들고 그 밑에 실무협의회를 두어 책임감을 높이며 비협조적인 회사는 불이익을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원길 SBS 사장도 세부 액수까지 제시하며 “판결 인정하고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케이블TV 업계 “재송신 대가 받겠다”=케이블TV업체 대응도 만만치 않다. 지상파를 일반 PP로 취급해 이에 상응하는 재송신 대가를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케이블로 지상파를 시청하는 가구가 80%에 달하는 상황에서 지상파도 케이블TV로 이익을 보고 있다는 주장으로 역공세를 취할 방침이다. CJ헬로비전 측은 “케이블로 지상파 콘텐츠를 실어 나르는 가치를 고려해 합리적인 대가 산정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대가 산정에서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별도로 케이블 업계는 협상 주도권을 위해 채널 번호를 변경하고 지상파 프로그램에 실리는 광고를 삭제하는 방안까지도 검토 중이다. 아울러 통신업체와 달리 전파사용료를 면제받고 방송발전기금 납부에서도 혜택을 보고 있는 부분도 쟁점화할 계획이다. 방통위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지상파방송 기금 분담금은 800억원 정도며, 이는 통신업체가 내는 전파사용료와 분담금 2600억원의 30%가량에 불과하다.

 ◇대가산정 합의, 장기화되나=일부에서는 첨예하게 의견이 엇갈리면서 장기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케이블업체가 내년 대선 국면까지 끌어가 결국 쟁점 자체를 희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지상파방송에서는 올해 말까지 합의가 필요하다며 협상 만료 시기까지 못 박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방통위 고민도 깊어졌다. 이미 수차례 협상테이블을 가졌지만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한 상항에서 협의회를 구성한다고 쉽게 합의될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분명한 점은 분쟁이 장기화할수록 지상파방송과 케이블TV는 소비자를 볼모로 서로 주판알을 튕기기고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자칫 재송신 중단으로 이어진다면 시시비비를 떠나 여론의 집중 포화를 받을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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