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베이션리더]서흥원 대우조선해양 정보기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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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기 보이는 저 두척이 조선 산업의 또 다른 미래입니다.”

 서흥원 대우조선해양 정보기술팀장(전문위원)이 팔을 뻗어 가리킨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리니 한쪽 벽면을 채운 커다란 창 너머로 옥포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그가 가리킨 곳엔 거대한 드릴십(해양시추선)과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가 유유히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컨테이너선·LNG선 등 각종 상선 제조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한 국내 조선사들의 최근 핵심 과제는 글로벌 진출을 강화해 중국 등 조선산업의 추격자들을 따돌리는 것 그리고 시추선·FPSO 등 고부가 해양 플랜트 사업을 더욱 확대하는 것이다. 서 팀장이 최근 그린 올해 이후 3개년 IT 전략도 조선 산업의 지형 변화를 주도하는 데 집중돼 있다.

 ◇글로벌 종합중공업 회사로…‘사이버 공병대’가 뜬다=최근 조선산업은 설계부터 제조까지 IT로 시작해 IT로 끝나 마치 ‘사이버전’을 방불케 한다는 것이 그의 전언이다. 약 100만개의 비정형화된 부품과 수천~수만명의 설계 인력이 동원되는 선박제조 과정에서 IT를 어떻게 접목하는지에 따라 생산성이 좌우된다. 이 같은 기조 아래 대우조선해양은 올해부터 정보기술팀을 중앙연구소 직속 부서로 편제시키고 ‘조선IT’도 하나의 핵심 기술 자산으로 관리하고 있다.

 서 팀장은 이를 두고 “‘사이버 공병대’의 역할이 더 커졌다”고 표현했다. 공병대란 한발 먼저 전쟁터로 가 앞서 인프라를 만드는 조직. 다양한 선박 제조뿐 아니라 해양 플랜트, 에너지 등 차세대 비즈니스를 발 빠르게 확대하는 대우조선해양의 최고정보책임자(CIO) 조직이 바로 공병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군사용어에 익숙지 않은 기자의 짧은 대답에 이어 서 팀장은 더 먼 바다를 가리켰다. “저곳은 이순신 장군이 옥포대첩을 치렀던 바로 그 장소입니다. 여기 매복했다가 적을 공격하면 어떤 강적도 꼼짝을 못했죠.”

 육지가 삼면으로 바다를 중앙에 품은 듯한 지형 덕에 군사적 요충지였던 옥포 바다에선 전 세계로 판매될 수십 척의 배들이 뼈대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 옛날 옥포대첩은 이제 ‘사이버 조선전’이 된 것이다.

 공병대의 사령관 역할을 맡고 있는 서 팀장은 설계 엔지니어로 입사했지만 2000년도부터 IT 업무에 가담한 이후 대우조선해양의 굵직한 ‘조선IT’ 역사를 일궈온 주인공이다. 그 덕에 대우조선해양은 선박만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올 상반기 오만 등지에 ‘조선IT’도 수출하는 쾌거를 올리면서 일약 조선IT의 명가로 떠올다. 포스코ICT, LG CNS, 대우정보시스템, 엠로 등 다양한 업체들과의 MOU 체결로 조선IT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2000년 당시 직접 부품을 사다가 캐드(CAD) 프로그램 ‘DACOS(Daewoo Advanced Cad for Shipyard)’를 개발하기 시작했죠. 2003년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그 시스템은 지금 대우조선해양의 설계 시스템의 근간입니다.”

 지금까지 DACOS로 개발한 선박만 400척을 넘어섰다. 10년이 지난 올해 그는 DACOS를 기반으로 또 한번 전사 캐드 시스템 통합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크게 △상선 △플랜트 △군함 등 제품군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관리하도록 할 방침이다. 상선 위주의 설계 시스템에서 벗어나 FPSO 등 플랜트 비즈니스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특히 드릴십 등은 일반 상선의 30배가량 데이터가 쓰이는 만큼 대용량 데이터의 효과적 활용을 위한 시스템 개발이 이뤄지게 된다.

 ◇IT 노하우 축적되니 수출 ‘청신호’…모바일 생산성 강화=“지금은 선주들이 IT가 제대로 갖춰졌는지부터 봅니다. 예전 선주들이 ‘실적’을 위주로 선박을 발주했지만 풍토가 완전히 달라졌죠.”

 서 팀장은 한국 조선산업에서 조선IT의 역할이 더욱 커졌다고 강조했다. 기자가 방문한 날에도 때마침 찾아온 선주의 IT 사찰단이 사무실 밖에서 인터뷰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 팀장은 “‘대우’의 정신 중 하나가 바로 도전정신이 강하다는 것이다.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 통합 캐드 시스템 등 대우조선해양이 선도적으로 추진했다”며 IT도 하나의 용기있는 도전으로 봐주길 바랐다. 최근에는 업계 최초로 조선소 공장부터 사업장 전면의 온실가스 배출을 한눈에 관리할 수 있는 에너지관리시스템의 확산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더 나아가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한 러시아, 브라질, 아프리카, 중동 등 현지 IT 지원도 한층 강화한다. 단일화된 ERP, 캐드 시스템 등 사용할 수 있는 글로벌 IT 인프라를 통해 본사에서 관리할 수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앞서 최근 몇 년간 협력사들과의 협업을 위한 공급망관리(SCM) IT전략 마련에 큰 힘을 쏟아왔다. 업계 최초 조선전용 공급관계관리(SRM) 시스템을 안착시키고 협업 속도를 높여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서 팀장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M&A로 확대된 그룹 관계사들과의 단일화된 IT 체계다. 최근 그룹 전체 IT를 총괄하는 그룹 CIO의 역할까지 수행하느라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 서울 인근에 그룹 데이터를 모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제3 데이터센터 설립도 추진하고 있으며 옥포에 소재한 1, 2데이터센터와 원거리 이중화 재해복구(DR)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올해 대우조선해양의 내부 업무 혁신 차원에서 가장 큰 화두는 모바일 업무의 확산이다. “조선소에서 일하는 3만명은 어제 한 일과 다른 일을 어제 일한 장소와 다른 장소에서 하게 됩니다. 모바일 업무가 생명이지요.”

 이미 조선소 내 약 500명이 모바일 업무를 하고 있지만 이를 전 임직원 대상으로 확대하고 실시간 협업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것이 서 팀장의 복안이다. 대용량 설계 데이터의 빠른 송수신을 위한 롱텀에벌루션(LTE) 망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서 팀장은 “물류, 위험방재 등 다양한 업무에 모바일 업무를 적용하고 있지만 향후 태블릿을 활용한 설계 작업까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라며 “모바일 업무를 위한 데스크톱가상화 기술 도입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개인 PC 자원이 중앙에 모여 있어야 어떤 모바일기기로도 수시로 필요로 하는 데이터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베이스(DB) 등에 대한 보안 시스템도 한층 강화한다.

 

 ◇프로필=서흥원 대우조선해양 정보기술팀장(전문위원)

 산하 4개의 그룹(IT기획·설계시스템연구·생산시스템연구·IT융합 그룹)을 거느린 정보기술팀을 지휘하며, 조선소 사이버 공병대의 ‘사령관’ 역할을 하고 있는 서 팀장은 대우그룹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이후 올해까지 25년간 대우조선해양에 몸담아 왔다. 2000년도부터 IT 업무를 시작해 통합캐드시스템, 조선업 최초 ERP 시스템 등 다양한 시스템 개발을 주도해 왔다. 올해부터 정보기술팀장을 맡고 있으며, 대우조선해양그룹의 IT 전략을 마련하는 그룹 CIO 역할도 겸임하고 있다.

 거제(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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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흥원 대우조선해양 정보기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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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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