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중립성 해법 탐구]망 중립성 쟁점은

 “많이 쓰는 사람은 비용을 더 내고 망 부하를 일으키며 비즈니스를 하는 쪽도 비용을 내야 한다.”(이석채 KT 회장)

 “스마트TV가 엄청난 데이터 트래픽을 유발할 것이다. 차세대 LTE 망으로도 커버하지 못한다.”(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이 밀려들어와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하성민 SK텔레콤 사장)

 14일 열린 간담회에서 통신 3사 CEO는 망 중립성을 주요 화두로 던졌다. 이들의 주장은 이석채 KT 회장의 말처럼 간단명료하다. 네트워크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과도한 데이터 트래픽을 유발하는 이용자와 사업자는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KT는 네트워크 투자를 계속 확대했지만 순식간에 망 용량이 채워졌다. 수요를 통제하지 않고 공급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이번 기회에 ‘망 중립성’이라는 용어 자체를 바꾸자고 주장했다. ‘중립성’이라는 단어가 지닌 가치 때문에 망 중립성을 지키지 않는 것 자체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비쳐진다는 뜻에서다.

 통신업계는 트래픽 급증 속에서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네트워크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인터넷기업, 스마트TV 제조사의 비용 분담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이와 더불어 과도한 트래픽 발생을 유발하는 소수의 헤비유저와 특정 애플리케이션 및 서비스를 합리적인 수준에서 접속 차단·제어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통신망을 갖고 있는 통신사업자의 주장일 뿐 통신망을 연계해 비즈니스를 펼치는 인터넷기업 쪽에서는 망 중립성에 관해 전혀 다른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망 중립성 원칙을 버리거나 일부 예외를 허용하는 것만으로도 인터넷과 콘텐츠 산업 발전에 치명적인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인터넷업계의 주장이다.

 통신망이라는 막강한 힘을 지닌 자원을 보유한 통신사업자가 이러저러한 이유로 트래픽 제어에 나서는 순간 인터넷, 콘텐츠 업계는 통신사의 통제권 아래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인터넷업계는 망 사업자의 눈치를 보게 되는 상황에서 인터넷산업이 지닌 혁신성은 퇴보하고 이는 곧 이용자 편익을 훼손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통신사업자가 인터넷기업이 내놓은 혁신적인 서비스에서 얻은 이익은 논하지 않으면서 망 투자 비용 분담만 주장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라는 게 인터넷업계의 반론이다.

 최근 통신사업자의 공격 대상이 된 스마트TV 업계도 마찬가지다.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스마트TV 제조사도 망 투자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통신업계의 주장은 과도한 요구라는 게 제조사 진영의 입장이다.

 양 측의 견해 차이는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지난 4월 방송통신위원회 주관으로 출범한 ‘스마트미디어발전포럼’ 첫 회의에서는 통신업계 관계자가 “비좁은 도로(통신망)를 늘려야 하는데 통신사업자만 책임질 수는 없다”고 주장하자 스마트TV 제조사 관계자가 “도로가 비좁아진다고 차를 만들지 않을 수는 없다”고 대응하는 등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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