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기획/인쇄전자] 한국형 인쇄전자로 세계 시장 주도권 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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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02년 민선 3기 서울시장에 취임하면서 내놓은 시정목표 중 경제 분야에서 미래지향적이고 경쟁력 있는 산업기반 구축 사업으로 ‘서울형 인쇄산업 육성 지원’이 있다. 당시 열악했던 인쇄산업은 10년째인 올해 인쇄전자 산업으로 새롭게 변신한다.

 정부와 민간이 최근 글로벌 인쇄전자 시장 주도권 선점에 팔을 걷어 붙였다. 우리나라가 금속활자를 독일 구텐베르크보다 200년이나 먼저 발명해 놓고도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던 아픈 기억을 이번에 날려버릴 심산이다.

 지난 12일 한국인쇄전자산업협회가 지식경제부 산하단체로 공식 출범함에 따라 3년여 만에 임의단체 성격을 벗고 기술 개발, 인쇄전자 소재 표준화, 장비 규격화, 정보네트워크 구축, 정책 건의 등 인쇄전자 산업 활성화에 본격 나선다.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도 국제표준총괄기구인 전기기술위원회(IEC)에 인쇄전자 기술위원회(TC) 신설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후 IEC에서 우리 제안이 찬성 결의안으로 채택돼, 오는 9월쯤 국제 표준무대에서 처음으로 우리나라 주도의 TC가 나올 전망이다. 이는 국가적으로 하계 올림픽대회에서 양궁과 같은 금메달 종목이 하나 더 만들어 진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국내 기술 현황=최근 몇 년간의 정부 투자에 힘입어 한국기계연구원·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이 보유한 인쇄전자 소자 관련 공정장비 기술은 미국·유럽 등 선진국과 대등한 수준에 도달했다.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관심을 갖고 롤 프린팅(Roll To Roll) 방식을 이용한 인쇄전자 소자의 저가 대량 생산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인쇄전자 산업은 종전 불연속적인 진공·고온의 반도체 생산공정을 연속적인 비진공·상온의 친환경 인쇄공정으로 전환함으로써 제조공정 단계를 대폭 줄여준다. 이런 생산시스템 혁신으로 인쇄전자는 초저가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등 시장성·경쟁성·전략성이 매우 우수해 오는 2025년에는 매출 77조, 수출 450억달러, 고용 6만4000명, 투자 유발 효과가 17조4000억에 달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기계·에너지·화학소재 등에 파급 효과가 큰 산업융합형 기술 분야라 할 수 있다.

 현재 인쇄전자 공정 및 장비 대한 연구 개발은 세계적으로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 진행 단계에 머물러 있다. 우리나라도 원천기술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아직 상용화 기술이 개발되지 않아 우리나라 입장에선 시장에 대한 진입 장벽이 없다.

 따라서, 인쇄전자 소자 생산에 적합한 초정밀 롤 프린팅 장비, 나노박막 코팅 장비, 롤 패터닝 장비 등 원천기술을 선점하면 미래 신산업인 인쇄전자 산업을 국내 기업이 선도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 확보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인쇄전자 기술표준 선도=기술표준원은 인쇄전자 분야에서 주도권 선점을 위해 지난해부터 국제학회를 통해 국제표준화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지난 4월에는 세계 각국 전문가와 공감대를 형성해 전기전자 분야 국제표준을 총괄하는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에 공식적으로 기술위원회(TC) 설립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 제안서에는 설립의 필요성, 추진배경, 시장 및 기술동향, 향후 활동계획 등을 담았다.

 지난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IEC의 표준화관리이사회(SMB) 회의에서 대다수 이사국 지지 속에 우리가 제안한 인쇄전자 분야 기술위원회 신설 추진에 대한 찬성 결의안이 채택, IEC 전체 회원국을 대상으로 약 3개월간의 공식 회람 절차만을 남겨놓고 있다.

 9월 16일께 IEC에 인쇄전자 TC가 설립되면 우리나라 주도로 TC를 설립하는 첫 사례이다. 앞으로 국제표준 제정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셈이다.

 안종일 기술표준원 과장은 “정부·업계·학계가 각자 역할을 통해 세계 시장의 흐름을 면밀히 분석해 다른 국가들보다 한발 앞서 이니셔티브를 확보하기 위해 TC를 제안하게 됐다”며 “향후 우리나라 주도의 인쇄전자 TC가 선진국과 긴밀히 협력해 세계 인쇄전자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향후 기술 개발과 과제=인쇄전자 생산시스템의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소자·장비·소재의 매칭이 필수다. 먼저 상용화할 소자를 선정하고 이를 최적 공정에서 경제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장비·소재를 개발해야 한다.

 우선 선폭 미세화(<5㎛)와 초정밀 중첩 인쇄(중첩 정밀도<2㎛)가 가능한 롤투롤 프린팅 장비 기술 개발이 인쇄전자 소자 산업화에 핵심 기술 요소다. 롤투롤 프린팅 장비는 기능성 잉크를 이용 전자소자에 필요한 미세 패턴을 프린팅함으로써 기존 반도체공정의 노광·식각 장비를 대체하는 것이다. 낮은 비용으로 인쇄전자 소자를 대량 생산하기 위해선 고속의 롤투롤 연속 프린팅 장비를 개발해야 한다.

 나노박막 코팅 장비 기술 개발도 중요하다. 나노박막 코팅 장비는 기능성 잉크를 이용, 전자소자에 필요한 나노박막을 대면적으로 코팅함으로써 기존 반도체 공정의 스핀코팅 및 증착장비를 대체한다. 박막 태양전지, 유연박막 전지 등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스핀 코팅 수준의 균일한 박막 두께(두께<2㎛, 두께 균일도<2%)로 나노박막을 연속 코팅할 수 있는 장비 개발이 필요하다.

 또, 기존 고온·진공·마스크 공정에 기반을 둔 반도체 장비를 대체하는 저온·상온·마스크리스 공정에 기반을 둔 롤루톨 패터닝 장비를 개발해야 한다. 특히, 유연기판 사용이 가능하고 가급적 마스크를 사용하지 않은 공정과 장비 기술 개발이 세계 시장 선점의 관건이다.

 배선전극 등에 사용되는 전자(도체) 잉크 소재의 양산화 기술도 중요하다. 현재 Ag, Cu, 전도성 고분자 등을 이용한 잉크소재 개발이 국내에서 활발히 진행 중에 있다.

 특히, 터치스크린·LCD·OLED·전자종이 등 디스플레이 시장 확대와 함께 잉크 소재 상용화는 인쇄전자의 중요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잉크소재의 나노입자화 기술, 분산 기술, 점도 조절 기술, 보전 안정성 향상 기술 등의 연구 개발이 시급하다.

 한국인쇄전자협회 관계자는 “인쇄전자 산업이 기존 소자 산업의 판도와 생활방식을 바꾸는 혁신이나 산업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술적 성숙, 수요산업의 리스크 감수, 새로운 상품과 수요창출 등의 선결이 필요하다”며 “산업체 중심의 연구개발보다 국가 지원을 구심적으로 민관이 역량을 결집해 사업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료:IDtechEX 2010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