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경제가 해외경기의 부침에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전방 및 후방산업이 가치사슬을 통해 균형 잡힌 경제구조를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도 과거 포항제철이라는 후방소재기업의 투자로부터 자동차와 조선산업에 이르는 전후방 가치사슬이 형성됐다. 또 반도체 후방산업의 집중적인 투자는 컴퓨터, 휴대폰 및 디스플레이 등 IT 전방산업에 이르는 가치사슬을 형성했다. 이들 산업군은 견실한 가치사슬 안에서 전후방 산업 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이뤄 각 산업이 세계적인 규모로 동반성장할 수 있었다.
얼마 전 전자신문 1면에는 ‘한국 글로벌 소재허브로 뜬다’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듀폰, 다우케미컬, 쓰리엠 및 도레이 등 세계 굴지의 소재기업들이 앞다퉈 연구개발(R&D) 센터를 개설하고 있으며, 한 기업은 1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세계 유수 소재기업이 한국을 거점으로 삼는 것은 무엇보다 전자, 자동차 등 세계 최고수준으로 떠오른 대형 고객사들이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런 국내 전방 대기업과 충분한 밸류체인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으며, 기술 및 자금력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국내 소재산업의 현주소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특히 이들 해외기업들이 소재 관련 R&D센터에 주력하고 있는 것은 현재의 산업보다 미래산업에 대한 국내 전방기업과의 가치사슬 연결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는 해외 선진기술 및 자금의 국내 유입으로 긍정적인 면도 있으나, 국내 미래산업 구조의 후방 공동화와 핵심 부가가치의 해외유출이 크게 염려된다. 또 일부 산업에서 나타나는 대일 무역적자 현상도 계속될 수 있다.
우리나라 미래산업에는 정부가 정한 신성장동력 17개 산업이 있다. 이 산업들의 핵심소재로서 첨단세라믹이 주목받고 있다. 금속, 화학소재와 함께 3대 소재로 분류돼 있는 세라믹소재는 신성장동력 산업 중 뉴IT, 바이오, 에너지, 환경 및 융합신산업등 12개 부문에서 다양한 기능을 부여하는 핵심소재이다. 향후 성장률이 25%를 상회하고 2015년 330조원의 세계시장이 예상되는 거대한 블루오션 산업이기도 하다.
지금도 휴대폰 등 단말기에 들어가는 부품의 70% 이상이 세라믹 소재로 만들고 있으며, 태양광 소재로서 다양한 세라믹소재가 연구되고 있고, 연료전지, 압전 및 폐열을 이용하는 열전발전 등 다양한 신재생 에너지 에도 핵심적인 기능을 구현하는 소재다.
그러나 국내 세라믹 산업은 세라믹 소재와 부품이 다품종 소량품인 이유로 90% 이상의 세라믹 관련기업이 연 100억원 미만 매출의 영세기업으로 구성돼 있다. 또한 이런 상황이 R&D 투자부족으로 이어져 기술면에서도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3~5년 뒤져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국내 세라믹산업이 영세할 수밖에 없는 원인은 주력산업의 전방기업들이 다품종 소량이기 때문이다. 긴 개발기간을 요하는 세라믹소재 및 부품의 연구개발보다는 선진사 제품의 수입에 의존해 국내 세라믹 기업은 틈새시장에서만 생존해 영세성을 벗어날 수 없었다. 결국 국내 세라믹산업은 전방산업과의 가치사슬이 전혀 형성되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3~4년 후 현실화될 신성장동력 산업은 핵심 소재인 세라믹산업을 효과적인 가치사슬 내에 두어 전후방 산업의 균형 발전을 이룰 필요가 있다. 이 때 선진국과의 개방된 협력관계에서도 시장선점과 최대의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전후방산업의 중간에 위치하는 소재형 모듈산업 육성 등 견실한 가치사슬 형성을 위해 정부와 업계가 협력해 효과적인 정책을 개발하고 강력하게 추진해야할 시점이다.
김종희 한국세라믹기술원 선임연구본부장 kjh9150@kice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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