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스는 당초 올 연말에나 1만원대의 LED조명을 한국에 출시할 계획이었다. 제반 준비는 모두 마친 상태였지만 ‘타이밍’이 아니라고 봤다. 그런데 일정을 확 당겨 이달 신제품을 출시했다. 시장이 워낙 빠르게 변한 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 경쟁에 동참하기 위해서였다.
필립스코리아 측은 “한국이 세계서 가장 경쟁이 가장 심하다”며 “그래서 출시 가격도 다른 지역보다 30% 낮게 책정해 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LED조명 업체들의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의 변화를 예측하고 가늠할 있는 ‘테스트 베드’로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사활을 건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
글로벌 조명 업체들은 불과 1~2년 전만 해도 시장을 관망하는 입장이었다. LED조명이 이제 막 소개되는 제품인 만큼 단계를 밟아 가며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삼성과 LG 등 국내 대기업들이 뛰어 들면서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한국 대기업들이 전례없는 파격적인 가격에 LED조명을 선보이면서 공세를 시작하자 세계 3대 조명 업체인 필립스, 오스람, GE라이팅도 일제히 맞불을 놓고 있다. 최근 잇따라 출시되고 있는 1만~2만원대 보급형 LED 조명이 대표적인 예다. 일본 기업인 파나소닉도 40와트(W) 대체용인 1만원대 LED 조명을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 LED조명 시장 규모는 지난해 1100억원 수준으로 미미한 편이다. 그럼에도 이처럼 각 기업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한국 내 경쟁에서 한 번 밀려나면 끝이라는 긴박감에서 나온다.
외국계 조명 업체 관계자는 “한국 LED조명 시장은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흡수도가 빠르고 반응이 바로 바로 오기 때문에 한국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다른 곳에서도 실패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이 때문에 본사에서도 요구하는 것들이 많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의 LED조명 보급책도 이런 움직임에 한 몫 거들고 있다. 미국은 2014년부터 백열등 사용을 금지해 LED조명 교체에 대한 기대 심리가 높지만 우리 정부는 이보다 구체적으로 2020년까지 국가평균 60%, 공공기관 100%를 바꾸겠다고 선언해 빠른 시장 변화를 알리고 있다. 여기에 신기술·신제품에 우호적인 한국 소비자들의 특성도 있어, 조명 업체들의 한국 진출 및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국내 조명 업체 관계자는 “EU와의 FTA로 유럽 조명의 한국 진출이 강화될 것이고 일본도 LED조명 경쟁력이 상당해 앞으로 부담이 커질 것 같다”고 전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