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5일 새 법무부 장관에 권재진 대통령실 민정수석을, 검찰총장에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을 각각 내정했다. 이로써 대통령의 인사권을 두고 여당이 의원총회까지 개최해 집단적인 세(勢)를 과시했던 사상초유의 당·청간 갈등이 일단락 된 모양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의지가 받아들여짐으로써 향후 국정운영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인사권에 여당이 인사청문회라는 공식적인 의사결정의 절차에 앞서 집단행동을 보였던 상흔은 쉽사리 치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한나라당 한 의원은 “당 지도부가 청와대 초청오찬에서 당내 반대기류를 충분히 전달했는데 의총소집까지 한 것은 ‘너무 나간다’는 느낌을 줬다”고 말했다.
야당의 인사청문회 공세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권재진 민정수석이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은 여전히 사정기관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향후 진행될 법무부, 검경개혁 등에서 신뢰도를 확보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벌써부터 두 내정자에 대한 혹독한 검증을 예고했다. 민정수석 비서관 출신을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한 전례가 없다는 점과 TK와 고려대 챙기기라는 점을 부각시키겠다는 생각이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6년 8월 당시 문재인 민정수석을 법무장관으로 임명하려했으나 한나라당의 반대에 막혀 중도하차한 전례도 다시 도마위에 오를 전망이다.
노영민 원내수석부대표는 “대통령 측근을 법무부장관에 기용한 것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것”이라며 “인사청문회를 통해 이번 인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자진사퇴나 청와대의 지명철회를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청와대는 ‘최적의 적임자’라는 점을 중심으로 인사청문회를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김두우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두 내정자의 인선 배경에 대해 “권 법무장관 내정자는 정책판단과 분석력, 대외조정력을 겸비했을 뿐 아니라 친화력과 온화한 성품을 바탕으로 검찰 안팎으로부터 실력과 신망을 인정받은 검찰내 대표주자”라면서 “검찰조직의 개혁을 통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법무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도록 합리적인 리더십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 검찰총장 내정자에 대해서는 “공사구분이 명확하고 수사에서도 강한 소신을 지키는 등 원칙주의자로 법조계 안팎에서 신망이 높다”며 “법치주의 확립에 대한 소신과 의지를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인 검찰 개혁을 이끌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모의청문회 등을 거치면서 두 내정자 모두 검증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권 법무장관 내정자(58·사시 20회)는 대구 출신으로,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대검 공안부장과 서울 고검장·대검 차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지난 2009년 6월 임채진 전 검찰총장이 사퇴한 뒤 차기 검찰총장 ‘1순위’로 거론됐지만 사법시험 2년 후배인 천성관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되자 바로 사의를 밝히고 검찰을 떠났다가 그해 8월 청와대 민정수석에 임명됐다.
한 검찰총장 내정자(52·사시 23회)는 서울 출신으로 보성고와 고려대 법대를 나와 서울고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법무실장 등을 지냈다.
한편, 청와대는 공석이 된 대통령실 민정수석 인선은 다소 시간을 두고 한다는 방침이다. 민정수석 후보로는 노환균 대구고검장과 차동민 서울고검장,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김두우 홍보수석은 “지금 가지고 있는 정보가 없다”면서 “민간인으로서 검찰을 잘 아는 사람이 오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