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태환 교수 기고문] 화평법, 기업간 양극화 부채질 막기 위해 재검토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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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대학교 홍태환 교수 기고

에너지와 자원의 안보화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는 글로벌 경영환경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매개로 하여 복잡하고도 다양한 국제 무역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부품소재 및 에너지의 대외종속적 구조를 개선하고 점증하는 국제환경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자금의 정부당국과 산업계의 적극적 자세도 선진국 진입의 기회를 물실호기하지 않으려는 눈부신 노력으로 보인다.

지난 2월 25일, 환경부는 유통되는 화학물질의 독성정보 등을 확보해 국민 건강 및 환경에 끼칠 수 있는 위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다는 취지에서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하 화평법)을 입법 예고했다. 더불어 환경부는 9월 법률안 국회 제출을 준비하고 있으며 국회 통과 후 2014년 1월부터 6월까지 신규물질 등록 및 기존물질 예비등록 기간을 가진 뒤 2022년 6월 30일까지 순차적 등록 계획을 세워 추진 중에 있다.

유럽 연합(EU)이 2007년 6월부터 시행한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 이후 일본, 중국, 대만 등 주요 교역국에서 화학물질관리제도를 시행하기 시작했고, 환경 규제에 관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환경부가 입법 예정 중인 화평법은 국민 건강 및 환경보호 측면뿐 아니라 우리 기업의 해외 시장 경쟁력 강화와 국내 산업계 보호를 위해서라도 매우 시의 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환경부가 추진중인 화평법을 바라보는 관련업계의 시선이 곱지 많은 않은 것 같다. 이미 지난 5월 3일 중소기업중앙회 등 24개 협회 및 단체가 화평법 입법예고에 대한 우려와 신중한 검토를 부탁하는 의견을 개진한 바 있으며, 화평법이 기업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법률인 만큼 관련 산업계의 충분한 의견수렴과 검토 과정을 거쳐 제정 되길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환경부가 관련 산업계나 관계부처간의 의견 수렴 및 협조, 조정없이 단독으로 법 제정을 강행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관리하고자 제정되는 법안인 만큼 화학물질의 산업계 활용도나 유통과정, 안전관리, 기업 환경 등이 다각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단순히 화학물질의 유독성 평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원순환 과정을 고려한 물질관리, 화학물질을 다루는 기업과 근로자, 소비자까지 고려해본다면 환경부 단독이 아니라 지식경제부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등 범정부 차원의 관계부처 협력을 통해 시행되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특히, 국제적인 환경무역규제 강화 추세가 단순히 선언적 의미의 환경이 아닌 자국의 정치경제적 이익을 국제사회에 관철시키고 극대화하려는 함의가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기 때문에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산관학연의 폭넓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본다.

현재 시행중인 화학물질 관련 법규를 보면 이미 환경부에서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을 시행 중에 있으며 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법 및 지식경제부의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 등이 마련돼있는데, 입법예고한 화평법 시행안을 보면 타 부처 소관 법령과 중복되는 부분을 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타 부처와의 연계 없이 환경부 단독의 법안 시행을 추진하는 것은 타 부처와의 중복 규제 가능성을 키울 수 있어 산업계의 혼란을 야기시킬 수도 있다.

더군다나 환경부는 금년 1월 17일에 선진국 수준의 화학물질 관리로 건강 및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 고용노동부, 국토해양부, 소방방재청, 농촌진흥청, 식품의약품안전청 등 8개 부처가 합동으로 2020년까지 추진할 ‘국가화학물질관리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을 발표했었다. 기본계획은 2020년까지 화학물질 유해, 위해 정보 80% 이상 확보 및 1급 발암물질 배출량 32% 저감을 목표로 과학적 화학물질 정보 확보, 화학물질 전 과정 위해관리, 화학물질 안전관리 강화, 국제적 관리대상 물질 중점 관리 등 5대 추진전략 및 15개 핵심 추진과제를 담고 있다.

화평법 제정 배경인 화학물질 관리를 두고 ‘기본계획’은 8개 부처가 협력하는 범정부적 차원의 관리를 하고, ‘화평법’은 환경부 단독으로 시행한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이치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효율성과 실효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현재 화학물질의 평가를 고용노동부와 환경부가 함께 진행하고 있고,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제품 안전 관리는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이 맡고 있다. 이는 환경부가 화학물질 평가에 대한 전문성이나 노하우가 아직까지는 부족하다는 의미를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며 단지 인력 보강과 조직 확장만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우리보다 먼저 화학물질 관리 규제를 시행한 일본(화학물질의 심사 및 제조 등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경우만 보더라도 환경부 단독이 아닌 범정부적 차원에서 시행하고 있음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반면교사 삼아 실효성 있으며 관리 가능한 법 제정을 해야 한다.

화평법 시행은 이뿐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양극화를 부채질할 수 있어 우려된다. 대기업 위주의 경제성장정책으로 우리나라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양극화가 심한 편이다. 산업연구원이 산출한 화평법 시행에 따른 화학물질 등록 비용만 약 2조 1,314 ~ 7조 9,196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REACH 대응 과정을 통해 이미 준비를 갖춘 대기업의 경우 법 시행을 하더라도 피해가 크지 않겠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법 시행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준비과정부터 시행까지 많은 비용을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실제로 설문조사 결과 22% 이상의 기업이 화평법 제정에 관한 인지를 모르고 있었고 78%의 기업은 대응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응답했다.)

대기업에 비해 매출 및 수익 구조가 취약한 중소기업은 화학물질 등록 비용을 제품 원가 상승을 통해 해결하고자 할 것이며 이는 곧 가격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다시 말해 무리한 화평법 시행은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우수한 중소기업의 몰락과 대기업의 지배력을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경제 성장의 근간이자 일자리 창출을 주도적으로 해온 중소기업의 몰락은 고스란히 우리 산업계의 위축과 피해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또한 자본력과 기술력을 갖춘 대기업이 시장을 독점할 뿐 아니라 보유하고 있는 물질정보를 중소기업에 판매해 새로운 수익원의 하나로 남용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유발할 수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양극화를 낮추고 함께 성장하자는 정부의 동반성장정책을 정부 스스로 좌초시키는 꼴이다.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는 환경 규제와 글로벌 기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정부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는 간다. 그러나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법 시행이 주는 경제적 제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충분한 사전 검토와 정책적 배려를 통해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도입이 필요하다. 아울러 산업계 역시 환경 규제의 필요성과 심각성을 인식하고 국민건강을 담보하는 환경 문제와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조화시켜 법 시행이 위기가 아닌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전자신문미디어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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