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잇단 자유무역협정(FTA) 시행으로 기업의 대응이 시급해졌다. 최근 한·유럽연합(EU) FTA 대응을 계기로 기업이 원재료 구매부터 판매까지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기업이 원산지 증명체계를 갖추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원산지 증명을 위한 데이터 관리가 중요하다. 세 번변경기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구매하는 원재료와 판매하는 제품의 HS코드를 모두 관리해야 한다.
또 부가가치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 내에서 관련 데이터를 추출해 이를 부가가치 산정 방식에 맞게 가공할 수 있는 체계도 갖춰야 한다. 특히 부가가치 기준은 협정, 품목마다 모두 적용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자동화하지 않으면 오류가 발생한다.
경영진의 인식 제고도 필요하다. 원산지 증명은 수출업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향후 해당국에서 실사가 이뤄졌을 때 원산지 증명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중소 협력업체는 존폐 상황을 논할 만큼 심각한 위기가 올 수도 있다. 따라서 원산지 증명체계 구축은 투자대비효과(ROI) 관점이 아닌 컴플라이언스 관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기업은 원재료 수입부터 수출까지 공급망관리(SCM) 전체를 재점검하는 계기로도 여겨야 한다.
유기석 삼정KPMG 전무는 “FTA 시행이 확산되면서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해당 국가 원재료를 구매하는 방식은 재검토해야 한다”며 “수출 시 관세혜택을 받는 것을 고려해 원재료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변경돼야 한다”고 말했다. 가격이 조금 더 비싸더라도 국산 제품이나 관세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국가에서 생산된 원재료를 구매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대응도 더 강화해야 한다. 향후 실사가 나왔을 때에 대비해 어떠한 체계를 갖추고 있어야 하는지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김진성 영림원소프트랩 사업팀장은 “현재 기업들은 실사에 대비해 어떤 체계를 갖춰야 하는지 어떤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는지 등을 몰라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세청이 구축해 중견·중소기업에 제공하고 있는 ‘FTA-패스’ 시스템을 기업 내부 기간계시스템과 직접 연동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현 FTA-패스로는 기업이 이용하는 데 한계가 많다. 특히 원재료 규모와 생산 부품 종류가 많은 중견기업은 더욱 그러하다. 직접 자금을 지원해주는 것도 방법이지만 많은 기업을 모두 지원하기는 현실적으로는 어렵다. 원산지 증명 인증을 받는 기업 수도 늘려야 한다. 현재 인증을 받은 기업은 전체 대상 중 약 52%에 불과하다. 그것도 대부분이 5~6월에 인증을 받았다.
이에 대해 관세청은 총 8200개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원산지 증명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FTA-패스에 한·EU FTA 협정 내용을 추가 적용하는 고도화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