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해외 연구기관에 의뢰해 반도체 라인 근무환경을 재조사한 결과,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임직원 건강증진 제도를 개선하고 퇴직 임직원 중에서 암 발병자에 대한 지원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14일 삼성전자는 반도체 기흥사업장에서 미국 안전보건 컨설팅업체 인바이론에 지난해 의뢰한 반도체 라인 근무환경 조사 결과,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 근무환경이 안전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폴 하퍼 인바이론 소장은 “삼성전자 기흥 5라인과 화성 12라인, 온양 1라인을 정밀 조사한 결과, 모든 항목에서 노출 수준이 매우 낮게 나왔다”며 “이 측정 수치는 근로자에게 위험을 주지 않으며 모든 노출 위험에 대해 회사가 높은 수준으로 관리·제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바이론은 반도체 라인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 50여종에 대해 벤젠·트리클로로에틸렌(TCE)·포름알데히드 등의 유해물질이 검출되지 않았으며 79대에 달하는 방사선 발생 설비도 모두 납 차폐 등을 통해 안전성이 보장된다고 말했다. 암을 앓고 있는 6명의 삼성전자 직원을 대상으로 작업 환경과 발병의 연관 관계를 조사했으나 4명은 연관성이 전혀 없었으며 나머지 2명도 특별한 관계를 찾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권오현 DS사업총괄 사장은 “임직원의 안전과 건강은 인재제일을 핵심가치로 삼고 있는 삼성전자의 가장 중요한 경영원칙”이라며 “법원이 지난달 백혈병 관련 산재를 인정한 것은 임직원을 좀 더 배려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으나 정확한 연관성은 차후에 명확히 밝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 사장은 이날 발표된 인바이론의 연구조사 결과는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부분을 제외하고 외부 공개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된 ‘벤젠’ 검출설에 대해서 “벤젠은 사업장에서는 발견돼서는 안되는 금지 물질로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에서 사용하는 포토레지스트(감광제)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임직원 건강증진 제도 강화를 위해 기존 반도체 사업장만 대상으로 했던 건강연구소 역할을 전 사업장으로 범위를 넓히고 향후 별도 법인화까지 추진키로 했다. ‘토털 케어 시스템’을 구축, 임직원을 대상으로 건강 개별관리 시스템을 적용하는 한편 퇴직 후 암 발병자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한편, 삼성전자 백혈병 소송과 관련해 최근 1심에서 일부 패소한 근로복지공단이 항소 마감일을 하루 앞두고 항소를 결정했다. 백혈병으로 숨진 직원의 유가족들이 이날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항소 결정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삼성전자의 이번 재조사 결과와 상관없이 ‘산재 판결’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