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저작권 칼날에 K-POP 열풍 꺼질지도

 국내 지상파방송사의 경직된 저작권 정책이 오히려 콘텐츠 영향력을 확대하는데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KODIMA, 회장 김원호)가 14일 개최한 ‘제7회 디지털미디어포럼’에서 ‘N스크린, 클라우드 시대의 콘텐츠 전략’이라는 주제의 발제자로 나선 현대원 서강대 교수는 “우리나라 지상파방송사는 네이버 포털에 올라온 방송 캡처 사진까지도 저작권 규정을 들어 삭제를 요구한다”면서 “저작권에 대한 어떤 전략이 더 소비자 지향적이고 더 큰 시장을 만들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BBC 저작권 정책과 비교하는 가운데 나온 이야기다. BBC는 인터넷 동영상 포털 사이트인 유튜브에 전체 콘텐츠를 전략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현 교수는 “이번 K-POP 열풍이 지상파 3사가 열심히 저작권을 지킨 노력의 결과로 일어난 게 아니다”라며 “유튜브 등에 콘텐츠가 자유롭게 유통되도록 했기 때문에 규모가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광고 시장이 축소되면서 콘텐츠 유통에서 새로운 살길을 모색하고 있는 국내 방송 업계에 화두를 던진 것이다.

 N스크린 서비스에 대한 일괄수주(턴키) 방식 저작권 개념을 도입해야 새 미디어 시대 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현 교수는 “기존 플랫폼에는 저작권 정책을 그대로 가져가돼 N스크린만의 턴키방식 저작권을 도입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는 “모든 것을 독식하겠다는 생각은 미디어 생태계에 맞지 않으므로 협력해야 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 교수는 “지상파 3사가 자체 유통사를 통합하는데 만족 못하고 한국식 훌루(hulu) 서비스를 만들어 보겠다고 논의하는 것 같은데 이게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인지 고민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상파 3사는 온라인 유통을 위한 메타데이터도 통합해놓지 않았다”며 생태계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지상파 3사는 지난 2년 전부터 지상파 재송신을 하던 모든 매체에 저작권료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IPTV와 위성방송 KT스카이라이프로부터 가입자당 280원의 요금을 받기로 했다. 케이블TV 업계와도 이를 놓고 2년째 줄다리기 중이다. 최근에는 케이블TV가 지상파 재송신을 막도록 법원에 간접강제를 신청한다는 이야기도 나돈다. 콘텐츠 수익에 그만큼 목말라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보편적서비스로 인식되는 지상파 3사 콘텐츠를 모든 유통 단계에서 저작권을 요구하는 게 맞느냐는 의문이 일고 있다. KT스카이라이프와 방송 중단 사태까지 빚었던 배경에는 콘텐츠 2·3차 활용 문제가 있었다. 그 사이 시청자만 피해를 입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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