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금융시장에서 확산되고 있는 서버기반컴퓨팅(SBC) 방식 데스크톱 가상화(VDI)가 제조업계에서는 맥을 못추고 있다. 제조업계에 투자 효율성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SBC 방식 VDI 기술 도입을 검토해오던 대형 제조기업들 사이에서 도입 시기를 미루거나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SBC 방식 VDI 기술은 기기에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나 기업 서버에 접속해 필요한 업무자원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에서 시장 확대가 기대돼왔다. 이 같은 장점이 부각되며 올 들어 국내 대표 제조기업인 LG전자·현대자동차·하이닉스반도체 등이 앞다퉈 파일럿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좀 더 시간을 두고 고려해보자’는 식의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연구소 등에 SBC 방식 VDI를 시범적으로 적용한 바 있는 LG전자는 최근 전사 확산 계획을 철회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일부 부서에 도입해 시험 적용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전사로 SBC 방식을 확산할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LG그룹 내에선 LG전자 외에도 LG생활건강 등이 SBC 방식 VDI를 파일럿 수준에서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전사 확산 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카드·화재·생명 등 금융 계열사들이 SBC 방식 VDI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삼성그룹에서도 제조 계열사에서 만큼은 눈에 띄는 사례가 없다.
업계 최대 규모 VDI 도입 사례가 될 것으로 주목돼 왔던 현대자동차도 지난 5월 의왕연구소에서 SBC 방식 VDI 개념검증(POC)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두 달이 지난 지금도 전사 확산에 관한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도 테스트를 위한 POC와 벤치마크테스트(BMT)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선뜻 전면 도입 결정을 내지리 못하는 이유는 성능에 대한 확신이 안서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지난 상반기 하이닉스반도체도 전자문서관리시스템(EDMS) 기반의 문서 중앙화 방식과 VDI 도입을 추진했으나 여전히 검토 수준에 머물러 있다.
올 상반기 검토를 추진한 대형 제조 기업들이 SBC 방식 VDI 도입을 망설이는 것은 △투자 효율성(ROI)에 대한 확신 부족 △버전 업그레이드 비용부담 △소프트웨어 부족 △성능 이슈 등인 것으로 분석된다.
제조업계 한 관계자는 “캐드(CAD) 등 성능이 개선된 일부 VDI 솔루션의 경우 업그레이드 비용이 신규 도입 비용에 맞먹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금융·공공 등에 비해 IT 투자예산이 상대적으로 적은 제조기업들에는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성능 이슈도 발목을 잡았다. 올 상반기 연구소에 VDI 도입을 검토하다 결국 포기한 제조기업의 최고정보책임자(CIO)는 “성능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일단 보류했으며 다른 기업에서 성공사례가 나온다면 그때 가서 도입을 다시 시도할 계획”이라며 “대부분의 제조기업들이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 SBC 방식 VDI가 제조업계 전반으로 확대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표>주요 대형 제조기업들의 데스크톱가상화 검토 사례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