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스토어를 통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추가하듯이 오디오시스템에도 다양한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이 등장한다.
한국과 미국 오디오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손을 잡고 오디오 오픈 플랫폼 개발에 착수했다.
펄서스테크놀로지(대표 오종훈)는 스탠퍼드대학 컴퓨터 음악 및 음향 연구소(CCRMA), 포스텍 오디오기술연구소가 공동으로 안드로이드 운용체제(OS) 기반의 오디오 플랫폼 개발을 시작했다고 11일 밝혔다.
오디오 오픈 플랫폼은 모든 오디오 기기에 적용 가능하면서, 오디오 관련 새 기능을 추가하거나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해주는 소프트웨어 환경이다.
일례로 블루레이 새로운 버전이 나온다면, 오픈 플랫폼을 채택한 플레이어를 갖고 있는 소비자는 기기 교체없이 소프트웨어 다운로드만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오디오 성능을 좋게 하는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는 것도 가능하고 스마트폰이나 TV와 연계도 쉬워진다. 이 플랫폼이 채택되면 소비자들은 오디오시스템을 훨씬 더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또 누구나 쉽게 오디오 관련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지금의 스마트폰처럼 오디오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 출현도 가능하다.
펄서스테크놀로지는 오디오 앰프 칩 전문 팹리스(반도체설계전문회사)다. 지난해에는 퀄컴으로부터 투자를 받았으며, 오종훈 사장은 포스텍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오디오 분야 새로운 생태계 발굴을 위해 고민하던 오 사장이 양 대학에 이를 제안해 개발이 시작됐다.
오 사장은 “스마트폰과 TV는 미국의 OS를 중심으로 주도권이 넘어간 상황”이라며 “한국은 오디오 최대 생산국 중 하나여서 플랫폼을 주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개발 취지를 밝혔다. 이들이 오픈 플랫폼 개발을 위해 손잡게 된 데에는 최근 개최한 ‘한·미 원격 동시 협주회’가 계기가 됐다. 지난달 국내 현악4중주단인 콰르텟21은 미국 스탠퍼드대학 아이패드 연주가와 협연하는 원격 콘서트를 개최했다. KT와 펄서스테크놀로지 등이 후원한 이 행사는 세계 최초 원격지 협연이었다. 음악의 특성상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을 하면 시간차가 발생해 동시 협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를 보정하는 기술을 뮤지션링크라는 기업이 개발했으며, 펄서스는 이를 활용해 협주를 성사시켰다.
협연 이후 스탠퍼드대학과 오디오 관련 기술 개발에 대해 논의하게 됐으며, 오디오 기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이들의 개발 소식이 알려지면서 벌써부터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OESF(Open Embedded Software Foundation)를 통해 이 같은 소식을 알게 된 일본의 한 회사는 벌써부터 사용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오 사장은 “내년 초에는 시제품을 내놓고 3년 정도 후에는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오디오 분야는 자체 생태계를 키울 수 있으면서 폰이나 TV와 밀접하게 연결되기 때문에 잠재력이 크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