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해병대 2사단의 강화도 선두리 해안 소초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고로 장병 4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한 가운데, 총기 사고를 일으킨 김모 상병(19)이 5일 사고조사단과 문답에서 개인 신상 문제가 아닌 `구타, 왕따, 기수열외` 등 해병대의 고질적인 내부 문제에 불만을 품었다고 진술을 하면서 네티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 등 주요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김 상병은 이날 대전국군병원에서 진행된 사고조사단과 필담 문답을 통해 "이번 사고원인이 개인 신상 문제냐"고 묻자 "아니다. 너무 괴롭다. 죽고 싶다. 더이상 구타, 왕따, 기수 열외는 없어져야 한다"고 답했다고 국방부 관계자가 전했다. 현재 김상병은 기도삽관 상태로 자유롭게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필담으로만 대화가 가능하다.
해병대에서 `기수 열외`는 부대원들 사이에서 특정 해병을 후임자들이 선임 취급도, 선임자들이 후임 취급도 해주지 않는 것을 말한다. 사회 생활에서는 보통 `왕따`와 비슷한 상황이다.
김 상병은 `누가 왕따를 시켰는가`라는 질문에는 "선임 대우를 해주지 않았다. OOO의 주도로 후임병들이 선임 대우를 해주지 않았다"고 답했다. 김 상병이 지칭한 병사는 숨진 권승혁 일병(20)인 것으로 알려졌다.
1992년생인 김 상병은 올해 입영 대상이지만 한 해 먼저 입영하는 바람에 `19세 상병`이 됐다. 이 때문에 그는 자기보다 한 살 많은 권모 일병이 고분고분하지 않은 것에 좋지 않은 감정을 가졌던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김상병은 지난 해 교육훈련단에서 심리적 이상 징후가 식별됐으나 현역 입대한 것으로 밝혀져 입영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군 수사단장 권영재 대령은 5일 언론 브리핑에서 "병원에서 (정신과) 진단을 받은 기록이 있다든지 과거 (정신) 병력이 있다든지 하는 사안은 없었다"면서 "군내에서 시행하는 인성검사에서 일부 그런 소견이 있어 관심을 둬야 한다는 점은 부대에서 식별했다"고 밝혔다. 특히 국방부 관련 내부 자료에는 "소초원들의 증언에 의하면 (김상병이) 다혈질이고 불안정한 성격과 임무 부여 때 게으르고 귀찮아하면서 오전 취침 시간에 잠을 자지 않고 돌아다니는 등 이상징후를 보여왔다"고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신병훈련 과정에서 성격장애 또는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다는 징후가 식별됐는데도 현역부적합 판정이 내려지지 않고 입대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신병훈련 과정에서 현역부적합 자원을 추려내기 위한 목적의 인성검사시스템이 유명무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방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기록된 김 상병의 메모 내용 중에는 "XX 엿같은 놈들아 장00(소속대 이병) XX야 기수 열외 시켜봐..너 죽여 버리고 싶은데.."라는 표현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군 관계자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나이를 중시하는 사회 문화와 기수나 계급을 중시하는 군대 문화가 충돌한 사례로 볼 수 있다"면서 "초급 간부들은 이러한 문화적 차이를 좁혀주는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지 네티즌들은 "일명 투명인간 취급하며 선후임 대우를 해 주지 않는 일이 종종 있는데, 결국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였다니" "왕따 당하는거 정말 짜증나는데 김상병이 안타깝다" "출신들이 너무나 자랑스러워하는 해병대에서 여전히 기수열외가 있다니 놀랍다" "귀신잡는 해병이 가장 두려워 한 것이 왕따였다니 어이없다" "기수열외를 당했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죽이다니 정상이 아니다" 등의 반응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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