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본 중소형 LCD 협력 경계 늦추지 말아야

 일본 히타치가 연내 신설할 도시바와 소니의 중소형 액정표시장치(LCD) 합작사에 합류키로 했다. 3개사 시장 점유율(금액 기준)을 단순히 합쳐도 26.8%에 육박한다. 18.9%인 샤프, 11.5%인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를 제치고 일약 세계 중소형 LCD 시장 1위에 오른다.

 그러나 합작사 신설은 세 회사가 생존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세 회사는 샤프와 SMD에 밀린 업체들이다. 자연 도태가 불가피하다. 합작사 설립은 마지막 승부수인 셈이다.

 이 때문에 신설 합작사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시장 점유율 1위도 제품과 모델별로 다양한 중소형 LCD의 특성상 별 의미가 없다는 분석이다. 이른바 ‘규모의 경제’가 대형 LCD에 비해 덜 작용한다. 기술 노하우가 제각각인 세 회사가 시너지를 내는 데에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

 그럴지라도 우리 업체들이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 일본 업체들은 스마트폰 등 특정 품목에 집중된 우리 업체보다 훨씬 다양한 시장을 공략한다. 공급 물량이 늘어나면 원가 경쟁력과 다른 분야 파급력도 덩달아 커진다.

 히타치의 합류에 일본 정부 의지가 작용한 점도 주목해야 한다. 히타치는 당초 대만 업체와 협력하려다 합작사 참여로 돌아섰다. 대형은 몰라도 중소형만큼 LCD 종주국 명예를 지키겠다는 일본 정부와 업계의 공통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일본 정부의 지원 아래 합작사가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로 영역을 넓혀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합작사가 막대한 신규 투자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 방심해선 결코 안 된다. 일본 업체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동시에 다양한 중소형 시장을 공략할 방안을 정부와 업계 모두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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