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첫 해외 제조라인으로 한국을 선택했던 로옴이 한국 진출 40년을 앞두고, 반도체회사로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트랜지스터·콘덴서 등 수동부품 전문기업으로 명성이 높았던 로옴이지만, 중국기업들의 저가 공세에 맞서 수익률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시스템 반도체 사업을 강화하면서 어느덧 반도체 전문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로옴세미컨덕터코리아는 2005년 설립한 R&D 센터인 한국테크놀로지센터 인력을 46명까지 확대하고 시스템반도체를 개발 중이다. 한국테크놀로지센터 인력은 지난 2009년 15명, 지난해에는 32명 수준이었으나 지속적으로 충원돼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로옴의 한국내 시스템반도체의 매출 비중도 50%에 근접했다.
한국테크놀로지센터는 2005년 로옴의 범용품을 국내 기업에 맞춤형으로 공급하기 위해 설립했으나, 지금은 시스템반도체와 애플리케이션 개발 작업에 초점을 두고 있다. 또, 국내기업의 중국 진출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중국 선전에 있는 선전테크놀로지센터에 한국 연구원을 파견하기도 했다. 한국테크놀로지센터에는 일본에서 12명의 연구원이 파견돼, 국내 개발자들에게 기술을 전수 중이다.
또, 한국 매출의 50% 가까이 시스템반도체에서 올리고 있으며, 향후 1~2년 내 50%를 돌파할 전망이다. 로옴세미컨덕터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3400억원 정도를 올려, 몇 년 내 시스템반도체에서만 매출 2000억원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로옴코리아의 주요 공략분야는 한국의 TV·모바일·자동차 시장이다. 국내에 주로 공급하는 반도체 종류도 3가지 정도에서 18개로 대폭 늘었다. 클록제너레이터, 센서IC, LED 드라이버, 인터페이스용IC 등 아날로그에 기반한 시스템반도체가 상당수다.
로옴 본사에서도 반도체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이미 오키세미컨덕터를 인수하면서 로옴전자의 이름을 로옴세미컨덕터라고 바꿨다. 철두철미한 제조방식을 의미하는 파란색에서 창조적인 반도체를 의미하는 빨간색으로 CI도 변경했다.
로옴은 일본 대지진의 영향이 있었지만 한국과 중국, 대만 등지로 제조라인을 다원화해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기업으로도 꼽힌다.
지난 2011년 매출액(2010.4~2011.3) 매출은 3419억엔(약 5조원)으로 전년 대비 1.9%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반도체사업 호조로 74% 증가한 327억엔을 기록했다.
로옴세미컨덕터코리아 관계자는 “회사가 반도체 중심으로 바뀌면서 문화도 역동적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며 “특히 테크놀로지센터에서 10년 후를 내다보고 노하우를 쌓아가는 작업을 하고 있어 조만간 탄력이 붙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