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디지털병원수출조합 이사장
고령화와 웰빙 확산으로 의료산업은 21세기 최대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의료산업은 5조달러가 넘는 세계 최대 규모 산업임과 동시에 지속적인 성장을 보이는 매력적인 분야다.
그러나 의료산업을 구체적으로 검토해 보면 분야마다 너무나 높은 진입 장벽이 도사리고 있다. 지금까지 삼성·LG·SK 등 한국을 대표하는 그룹들이 수 많은 시도를 했으나 세계 시장 진입에 아직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의약품 시장을 보면 노바티스·머크·화이자 등 메이저 기업들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신약 물질 개발은 시작에 불과하다. 막대한 임상 시험과 인증 비용, 마케팅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이 거대 기업들은 지금도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우고 있다.
눈을 돌려 의료기기 시장을 보면 소위 ‘GPS’라고 불리는 GE·필립스·지멘스 3대 강자가 눈을 부릅뜨고 버티고 있다. 첨단 의료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전 세계 병원에 진입하기 위한 시장의 벽은 너무나 높다.
지금도 첨단 의료기를 개발만 하면 사업에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정부에서는 각종 지원을 지속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성공적인 결과는 별로 없지 않은가. 그 이유는 보수적인 시장의 높은 진입장벽 때문이다. 첨단일수록 진입은 더욱 어렵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의료 소모품 시장을 바라보면 여기에도 존슨&존슨·박스터·니프로 등 큰 손들이 길목을 차지하고 있다. 사실 고가 소모품은 의료기기보다 더 진입이 어려운 시장이다. 결론적으로 매력적인 의료산업은 우리 대한민국과 같은 후발국가에는 그냥 보기 좋은 떡일 뿐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현재의 최대 산업이며, 미래 성장산업인 의료산업을 포기해야 할 것인가? 포기하기에는 우리의 미래 성장동력으로서 의료산업은 너무나 매력적이지 않은가. 이제 시장 진입의 대안으로 디지털병원 수출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디지털병원 전략은 개별 의료기가 아니라 IT 융합으로 효율성이 극대화된 병원을 통째로 수출하자는 전략이다. 의료기기, 의료정보 시스템, 병원관리 시스템, 건축 등을 융합한 복합 산업화로 경쟁하는 것이다.
한국의 강점은 IT와 건설에 있다. 병원산업을 100이라 볼 때, 의료기기 5%, 소모품 5%, 그리고 의약품은 15%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75%는 의료 서비스 영역이다. 가장 IT융합이 안된 분야인 의료 서비스를 IT화함으로써 병원산업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다행히도 의료IT 융합은 한국이 분야별로 세계에서 선두권에 있다. 병원의 모든 장비를 통합하여 필름을 없애는 PACS 보급률 세계 1위, 환자 차트를 전산화하는 EMR의 의원급 보급률 세계 1위, 병원 소모품 공급 전산망인 SCM 선도 국가, 노령화 시대 관리 의료의 대안인 u헬스 기술 선도 국가 등이 한국 의료IT의 경쟁력을 대변하고 있다.
한국이 미국보다 GDP 대비 절반 이하의 의료비를 투입하고도 높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큰 요인이 바로 한국의 앞선 의료 IT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지털병원은 첨단 병원인 동시에 가장 경제적인 병원이다. 환자 일인당 비용이 최소화되는 병원이다. 모든 개도국들에게 가장 적합한 병원이 바로 한국의 디지털병원이다. 디지털병원은 의료기기, 의료소모품의 동반 수출을 통해 시장 장벽 돌파의 선봉에 서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앞으로 엄청난 규모의 산업이 될 의료 관광(혹은 국가간 의료)의 경쟁 차별화 전략이 될 전망이다. 환자의 유치와 사후관리가 의료 관광의 핵심이다. 현지 병원이 있어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현지의 병원은 한국의 앞선 의료기술의 전시장과 원격 서비스 센터라는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한국이 세계 최초로 원조받는 국가에서 원조하는 국가가 되어 개최한 작년 G20회의에서 우리는 대외원조(ODA)를 2015년까지 현재보다 3배 이상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OECD 협약에 의하면 원조는 의료·환경·인프라·교육으로 국한된다. 이 중 한국이 중국에 비해 도로·항만 등 하드웨어 경쟁에서는 비교 우위가 없다. 원조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디지털병원 지원은 국가 브랜드, 한국 내 경제적 효과, 지속적인 시장 확대 등을 감안할 때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IT융합의 디지털병원 수출, 한국의 신 성장동력의 한 축을 이룰 것이다.
mhlees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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