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슈퍼ㆍ편의점 판매` 논의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해열진통제ㆍ종합감기약 등 가정상비약을 슈퍼마켓에서도 팔게 하자는 방안이 본격 논의되기도 전에 처방약(전문약)과 비처방약(일반약)을 재분류하는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다가 `가정상비약 슈퍼 판매`는 뒷전으로 물러나는 것 아니냐는 염려마저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1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의약품분류 소위원회를 열어 의약품 재분류의 타당성과 필요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처방전이 있어야 구입 가능한 전문의약품과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의 재분류 문제를 놓고 의사와 약사단체 간 첨예한 대립이 예상된다.
◆ 479개 품목 일반약 전환 요구
대한약사회는 사후피임약과 비만치료제 등 20가지 성분 479개 품목의 전문약을 일반약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을 20일 복지부에 공식 제출했다. 약사회는 이 품목이 1차적으로 요구한 것이며 앞으로 일반약으로 전환 가능한 제품을 추가로 선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일반약 전환을 요구한 전문약에는 △사후피임약 노레보원(성분명 레보노르게스트렐) △비만치료제 제니칼(성분명 오르리스타트 120㎎) △히아레인점안액(성분명 히알루론산나트륨) 등 인공누액 △변비약 모니락시럽(성분명 락툴로오스) △잔탁ㆍ큐란(성분명 라니티딘 75㎎), 오엠피정(오메프라졸 20㎎) 등 위산분비억제제 △알레그라정(펙소페나딘 120㎎)을 비롯해 항히스타민제 등이 포함됐다. 총 479개 품목(2009년 기준) 가운데 284개 품목은 생산 실적이 없다.
비아그라(25㎎)는 이번 재분류 항목에서는 제외했으나 추후 검토해 일반약 전환 대상으로 포함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 의사회 "약사법 개정 선행돼야"
이에 대해 의사협회는 해열진통제ㆍ종합감기약 등 가정상비약의 슈퍼 판매가 가능하도록 약사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이유로 의협은 21일 중앙약심 회의에서 비처방약에서 처방약으로 전환될 품목은 제시하지 않을 예정이다. 전문가에게서 추가 의견을 받아 의사협회 안을 만든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궤양치료제 △진경제(경련을 진정시키는 약) △스테로이드 연고 △근육이완제 △해열진통제 △안연고 △피임약 등 일부 품목은 전문약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호 의사협회 이사는 "약사법 개정이 우선이라는 원칙을 고수할 생각이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 현재 일반약인 궤양치료제 근육이완제 등은 전문약으로 전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중앙약심서 의약품 재분류 논의
전문약의 일반약 전환에 대해 복지부는 자체안을 마련해둔 상황이지만 약사회와 의사협회 등의 의견을 수렴해 나갈 예정이다.
복지부는 △잔탁 등 위산분비억제제(라니티딘) 13개 품목 △손톱무좀치료제(아모롤핀 성분) 2개 품목 △히알루론산나트륨 성분 눈물약(인공누액제) 24개 품목 △응급피임약 10개 품목 등을 전문약에서 일반약으로 전환 가능한 품목으로 검토하고 있다. 원치 않은 임신을 했을 때 피임을 하기 위한 응급피임약(노레보 등)은 미국과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는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돼 있음에도 낙태 등 사회윤리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중앙약심에 결정을 위임할 예정이다. 지사제(염산로페라미드 성분)는 효능을 조정해 일반약 전환이 가능할 수 있지만 과량 투여 시 근육 긴장 등 중추신경계에 예민한 반응이 있어 추가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복지부는 보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일반의약품 가운데 △소염효소제(프로나제 성분 76개 품목ㆍ염화리소짐 16개 품목) △소염진통제(덱시부프로펜 성분 112개 품목ㆍ메페남산 성분 19개 품목) 등은 이상반응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전문의약품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매일경제 박기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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