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에코시스템에 눈뜬 A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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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D 퓨전개발자회의(AFDS)에 참석한 개발자들이 술렁거렸다. 상금 5만 달러를 건 소프트웨어(SW) 경진대회를 개최하겠다고 AMD가 발표했기 때문이다. 개발자들이 놀란 이유는 상금규모가 아닌 AMD의 달라진 모습이다.

 개발자 대상의 이벤트는 물론이고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TV 광고 한번 한 적이 없는 AMD다. 그동안 AMD는 CPU 비즈니스를 B2B 영역으로 보고, 고객 지원에만 전념했다.

 그런 AMD가 SW 개발자를 위한 행사도 열었다. 그것도 SW 개발자들이 많은 곳으로 직접 찾아갔다. SW 개발자를 위한 기술서적도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시장에 아직 친숙하지 않은 제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만한 충분히 혁신적인 제품이지만, 기술만으로 시장을 이끌수 없다는 것을 AMD는 역사를 통해 배웠다.

 AMD가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64비트 컴퓨팅은 AMD가 먼저 시작했다. 울트라신 시장을 눈여겨 본 것도 AMD가 빠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MD는 1등이 되지 못했다. CES 후 CEO가 사임한 것도 스마트패드를 비롯한 시장 변화에 재빨리 대응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뼈아픈 역사를 통해 AMD는 생태계(에코시스템)에 눈을 돌렸다.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AMD에게 APU는 회사의 명운을 건 도전이다. 명운을 건 싸움을 하면서 자사 기술력만 믿었다면, 승산은 없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생태계가 함께 간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CPU나 GPU에서는 인텔, 엔비디아에게 각각 2인자인 AMD지만, APU라는 새로운 시장을 통해 1인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 듯 싶다. AFDS에서 만난 한 개발자는 “X86 아키텍처를 조정할 수 있는 것은 인텔이기 때문에 X86으로 승부를 걸었다면 영원히 2인자에 머물 수 밖에 없다”며 “AMD에게 이제껏 볼 수 없었던 훌륭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20년이 되도록 기를 펴지 못하는 한국 시스템반도체 산업도 AMD의 모습에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벨뷰(미국)=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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