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글로벌 M&A, 단계적 방식으로 접근해야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두산인프라코어와 이베이옥션의 IT통합 사례

 국경을 넘어 글로벌 차원에서 일어나는 기업 인수합병(M&A)은 다양한 이슈로 인해 IT통합이 쉽지 않다. 이로 인해 대부분은 수년간 IT통합을 검토한 후 이뤄지거나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러한 사례 중 두산인프라코어가 옛 밥캣(현 두산인프라코어인터내셔널, DII)을 인수한 후 IT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은 국내 기업이 글로벌 대형 기업을 인수한 후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으로서 벤치마킹 할 만 한 사례다. 또 옥션이 이베이에게 피인수 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베이의 글로벌 정책에 따르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독립적인 IT정책을 가져갈 수 있는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두산인프라코어, DII 통합위해 3년 고민=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2007년 6조원을 투입해 미국의 초대형 건설기계업체인 밥캣(현 DII)을 인수했다. 이후 DII와 IT통합을 진행하기 위해 무려 3년 이상을 고민했다. 이를 통해 두산인프라코어는 오라클 패키지 솔루션 기반으로 구축된 DII의 전사자원관리(ERP)시스템을 SAP 기반으로 재구축하는 IT통합 방향을 결정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DII와 IT통합을 진행하게 될 경우 국내 업체가 해외의 대형 업체를 인수해 IT통합을 추진한 첫 사례로 기록된다. 그만큼 국내에서는 선례가 없어 IT통합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무조건적인 통합이나 빅뱅 방식의 시스템 재구축이 익숙하지 않아 결정을 내리기가 매우 힘들었다”고 진행과정을 회상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올해 초부터 본격적이 IT통합을 위한 프로세스혁신(PI) 작업에 착수했다. 이 프로젝트가 완료되는 올해 말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유럽지역부터 DII와 IT통합 작업을 추진하게 된다. 이어 미주와 아시아지역도 단계적으로 IT통합이 이뤄지게 된다.

 이처럼 두산인프라코어가 DII와의 IT통합을 위한 정확한 방향을 수립한 후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듀딜리전스 단계부터 IT영역에 대한 분석이 이뤄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또 다른 관계자는 “듀딜리전스를 통해 체계적인 데이원을 준비할 수 있었다”면서 “이를 통해 피인수 기업의 비즈니스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향후 두산인프라코어는 오는 2013년까지 DII와의 IT통합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베이옥션, 전 세계 유일하게 독립성 인정받아=지난 2001년 이베이는 1억2000만달러에 옥션을 인수했다. 당시 이베이의 옥션 인수는 국내 벤처기업 인수가격으로는 최대 규모로 기네스북에 등재될 정도였다. 이후 이베이는 글로벌 IT정책에 따라 중국법인에 이어 옥션에 대해서도 본사와의 IT통합을 추진했다.

 그러나 옥션은 한국만의 특수한 오픈 마켓의 소비 형태와 방대한 트랜젝션을 이유로 본사와의 IT통합을 반대했다. 이러던 과정에서 미국 본사와 IT통합을 추진한 중국법인에서 즉각적인 정보시스템 대응에 문제가 발생되면서 한국의 독립성을 인정받게 됐다.

 이후 이베이옥션은 지마켓 인수 후에도 기존의 현지 시스템을 그대로 고도화 해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이베이옥션의 독립적인 IT정책은 이젠 본사로부터도 인정받아 한국이 이베이 설립 최초로 본사 이외의 지역에서 데이터센터를 설립하는 첫 해외법인 됐다. 더욱이 이 데이터센터는 한국은 물론, 일본, 중국, 싱가포르, 호주 법인을 지원하는 아시아데이터센터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게 된다.

 이처럼 정보시스템의 독립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베이옥션은 향후 지마켓과 단일 법인이 된다 하더라도 기존의 두 정보시스템은 통합하지 않을 계획이다. 최승돈 이베이옥션 부사장은 “각각의 정보시스템은 별도로 존재할 때 안정성이 더욱 높다”고 말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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