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로 불리는 케이블TV사업자가 ‘사면초가’에 몰렸다. 방송채널 구매와 관련해 담합 행위로 대외적인 이미지가 크게 추락하고 최대 현안인 지상파와 콘텐츠 재전송, KT의 위성과 IPTV 패키지 상품 ‘올레TV스카이라이프(OTS)’ 분쟁에서도 실력행사에 나섰지만 묘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발등의 불’로 떨어진 디지털전환도 답보상태다. 주요 쟁점마다 ‘대안부재론’ 상황이 이어지면서 정부, 소비자, 산업계 모두 외면하는 실정이다. 설상가상으로 대체 채널격인 IPTV와 위성에 밀리면서 케이블 가입자는 뒷걸음질치고 있다.
◇깊어지는 콘텐츠업체와 앙금=케이블사업자와 콘텐츠업체(PP)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SO의 지위를 활용해 과도하게 권한을 행사하면서 대외적인 이미지까지 크게 훼손됐다. 반면에 정작 중요한 콘텐츠 투자는 소홀하면서 비난 여론이 팽배하다.
급기야 공정위는 최근 IPTV 방송채널 구매를 방해한 5개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에 과징금 97억3400만원을 부과했다. 티브로드·CJ헬로비전·씨앤앰·HCN·큐릭스 5개 MSO는 공동으로 IPTV사업자의 방송채널 구매를 어렵게 한 담합행위가 적발돼 체면을 구긴 것이다.
이들 5개 MSO는 IPTV에 방송채널을 공급한 온미디어를 제재하고 IPTV에 방송채널을 공급하지 않는 조건으로 CJ미디어에는 금전지원을 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공정위 측은 “SO가 신규 진입자인 IPTV 인기 채널 확보를 방해해 지역독점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가격과 품질 경쟁을 회피하려는 담합을 적발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방통위는 이에 앞서 SO가 PP 프로그램 사용료를 제대로 지불하지 않는다며 재허가 조건에 사용료 지불 조항을 포함시켰다.
◇답보상태에 빠진 재전송·OTS 분쟁=당장 현안으로 떠오른 지상파 재전송과 OTS 상품도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법원은 지상파방송 3사가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케이블TV업체의 재송신을 즉각 중단시켜 달라고 요구한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번 건은 조만간 나올 지상파방송 3사와 5대 케이블TV사업자 간 재송신 관련 민사소송 후속 판결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케이블사업자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대규모 방송 중단사태가 발생할 경우 자칫 소비자가 케이블TV 자체를 외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IPTV와 위성 채널이라는 대체재가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이탈 사태도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KT와 분쟁 중인 OTS건도 쉽게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케이블사업자는 OTS가 위법이라며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지만 방통위는 판단을 미루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전환 문제도 궁지에 몰려=디지털전환과 관련해서도 케이블TV업체의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 당장 내년 12월이면 아날로그방송이 중단되고 전면 디지털로 전환하지만 정작 케이블 업계는 방통위만 바라보고 있다.
이 때문에 디지털방송 전환 시점이 불과 1년6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디지털전환율은 이제 22%를 가까스로 넘겼다. 케이블 가입자가 1500만가구라는 점을 감안하면 케이블TV의 디지털전환은 차세대 방송 서비스 경쟁력과 고품질 방송 구현을 위해 시급히 추진해야 할 사안이지만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단지 정부에 지원책만 촉구하는 등 주변 환경만 탓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지상파방송 재송신 비용 정산과 케이블TV의 디지털전환 관련 투자 비용 등에서 지나치게 이해득실만 따지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케이블 가입자는 사실상 포화상태에 빠지고 가입자가 다른 대체 채널로 이전하면서 성장세가 한계에 달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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