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테크윈 협력업체인 K사 직원은 최근 판교에 위치한 삼성테크윈을 방문했다.
1층 로비에 위치한 사내 카페는 얼마 전만 해도 한산했지만 이날 유달리 붐볐다. 회사 인근 커피숍보다 사내 카페에서 미팅을 하자는 삼성테크윈 직원이 부쩍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자정경영` 선언 이후 사내 카페와 회의실,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직원이 늘고 있다. 삼성 계열사의 한 직원은 "협력업체와 미팅은 인스턴트커피나 차 한 잔이 전부"라며 "종전에 잡은 식사 약속은 모두 취소했다"고 말했다.
삼성의 직원 윤리 규정에 따르면 2만원 이상 식사 대접을 받으면 `향응`에 해당한다. 거래처와 불가피한 식사를 하게 되면 무조건 삼성 직원이 밥을 사라는 얘기다. 종전에는 돌아가면서 밥을 사는 사례도 있었다.
모 삼성 계열사 협력업체 사장은 "심지어 협력업체에 먼저 전화를 걸어와 `2만원 이상 식사는 향응이니 우리한테 밥 살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마라`고 재차 당부하는 삼성 직원의 전화를 최근 받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장비 협력사 관계자는 "최근 결혼을 앞둔 삼성전자 담당 직원 소식을 들었지만 `결혼식 축의금은 아예 들고 오지도 마라`는 경고를 받았다"고 귀띔했다.
삼성 계열사 사장도 예외가 아니다. 장녀의 결혼을 앞둔 박종우 삼성전기 사장은 결혼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는데도 결혼식장으로 배달될 화환과 축의금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혼식 일정을 협력업체 등 외부로 알리지 말라고 삼성전기 임원들과 지인들에게 누차 당부하는 한편 화환과 축의금을 받지 않는다는 공지를 사전에 전달하는 방안도 강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골프장이나 유흥업소 출입을 뚝 끊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설령 친구들과 사적 모임이라도 자칫 와전될 수 있다는 우려감 때문이다. 특히 이 회장의 부정 척결 발언 이후로 비리 제보와 투서가 부쩍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시범 케이스`에 걸리면 안 된다는 긴장감을 느끼는 임직원이 많다.
삼성 관계자는 "외부 협력사는 물론 계열사끼리 약속됐던 골프 약속도 취소하기 일쑤"라며 "외부 사람들과 저녁만 먹고 헤어지는 데다 법인카드 결제를 가급적 저녁 9시 이전에 끝낸다"고 말했다.
삼성의 다른 관계자는 "안팎으로 감사나 비위 등의 단어에 직원들이 매우 민감해져 있고 이에 대한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며 "일상적인 업무 방식도 다시 한번 살펴보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황인혁 기자 /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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