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정보기술(IT) 기업 IBM이 16일 설립 100주년을 맞는다.
IBM은 인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컴퓨팅 분야 간판 기업이다. IBM은 기업 최초의 순수 과학연구소, 상업용 전자계산기, 하드디스크, 메인프레임, 온라인 뱅킹, 전자상거래의 기틀이 된 항공예약시스템, 포트란, 비트(bit)와 바이트(byte), 바코드 등 지난 100년 동안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공적을 인류에 남겼다.
IBM은 지난 100년간 기존 하드웨어 사업 비중을 크게 낮추고 기업 전략수립 컨설팅과 업무 프로세스 개선, IT 솔루션 개발 및 구축 등으로 주력 사업을 전환했다.
IBM은 현재 170개 국가에서 40만명 이상의 임직원을 거느린, 연매출 100조원 이상의 글로벌 IT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인류 과학기술 발전과 동고동락=IBM은 세계 최초 천공카드시스템을 개발한 태뷸레이팅머신컴퍼니(Tabulating Machine Company) 등 3개의 IT회사가 1911년 CTR(Computing-Tabulating-Recording)라는 이름으로 합병·출범했다. 이후 1924년 사명을 IBM(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s)으로 변경했다.
설립 초기 총 1300여명의 CTR는 펀치카드와 상업용 저울·시계를 주로 생산했다. 하지만 1915년 토머스 왓슨이 사장이 된 이후 20여년 동안 CTR는 혁신과 기술의 선두 기업으로 발전한다.
1940년대 IBM은 정보과학의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IBM은 1945년 기업 최초의 순수 과학연구소를 설립했고 상업용 전자계산기를 비롯해 하드디스크, 메인프레임, 플로피디스크 등을 잇따라 세상에 선보였다.
IBM이 1960년대 개발한 최초의 항공예약시스템은 온라인 뱅킹과 전자상거래의 시초가 됐다. 또 IBM은 포트란과 시스템 360, 관계형 데이터베이스(RDB), 그리고 거의 모든 컴퓨터의 핵심 기능을 담당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담당했다.
IBM의 이 같은 성과는 연구소를 바탕으로 한 연구개발 노력이 원동력이 됐다. IBM은 왓슨연구소를 비롯해 전세계 8개의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 연구소에서 지금까지 5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나노 과학의 문을 연 STM도 1981년 취리히 IBM 연구소의 물리학자 게르트 비니히와 하인리히 로너가 발명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제품이다.
1981년 8월, IBM은 1565달러인 개인용 컴퓨터(IBM5150)를 세상에 내놓았다. 이 PC는 세계의 비즈니스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1년 후엔 타임지의 ‘올해의 인물’에 선정되기도 했다. 1984년 IBM의 매출은 세계 IT산업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소프트웨어적 혁신으로 위기극복=IBM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창립 이후 1990년대까지 고도성장을 이어갔다. 기업에서는 ‘IBM 제품을 구입하면 회사에서 해고될 일이 없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였다. 하지만 IBM은 1990년대 비즈니스와 컴퓨터 환경의 변화에 신속한 대응을 하지 못해 심각한 비즈니스 위기를 맞게 된다.
1991년 창립 이후 처음 적자를 기록했고, 이는 1993년까지 이어졌다. 누적 적자도 160만달러에 이르렀다. IBM은 최초로 외부 출신인 루 거스너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 혁신을 시도했다. 뼈아픈 구조조정도 동시에 진행했다.
IBM은 거스너 CEO 취임 다음 해인 1994년 곧바로 흑자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1993년 620여억달러까지 내려갔던 매출은 1년 후 다시 640억달러를 돌파했다. 단순한 흑자 전환이 아니라 거스너가 CEO로 재직하던 약 10년간 IBM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IBM은 대대적인 비즈니스 모델 혁신, 글로벌 통합 기업(GIE) 개념 도입과 전략 수립, 전 세계 직원들의 직접 참여로 수립된 IBM 가치 수립 등을 통해 혁신을 단행했다.
특히 단순히 하드웨어적인 구조조정은 근본적인 해답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결실을 볼 수 있는 소프트웨어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조직 문화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IBM은 고객 지향적 조직 문화를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이를 위해 국가와 사업별로 분리돼 있는 업무 프로세스를 하나로 통합하고, 세계의 모든 고객에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보상·성과관리 체계도 대대적으로 수정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익성이 없는 사업은 과감히 버렸다. 이 결과 IBM은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사업 다각화와 새로운 100년 준비=IBM은 2000년대 말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999억달러로 100조원 이상이며 순익도 20조원 가까이 된다.
IBM은 1990년대부터 전략적 인수를 통해 꾸준히 비즈니스와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 IBM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SW와 서비스 분야가 차지한다. 컨설팅과 IT서비스를 핵심으로 하는 서비스 영역은 지난해 IBM 전체 매출의 56.5%를 차지했다. 소프트웨어는 22.5%, 하드웨어가 18.0%로 뒤를 잇고 있다. IBM이 여러 분야 IT업체에 공동의 경쟁사인 동시에 통합된 IT서비스를 제공하는 통합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IBM은 열린 조직문화와 다양성 존중, 장애인에게 동일한 일자리 기회 제공, 체계적인 직원 교육에 이르기까지 진보적인 경영 전략을 통해 20세기 현대적 기업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기업이 국제 기업을 넘어 다국적 기업으로, 다시 글로벌 통합 기업으로 변모할 수 있는 패러다임을 제공했다.
핵심 기술의 발명과, 컴퓨팅 아키텍처 정립, 끊임없는 연구개발, 현대 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등 지난 100년간 꾸준히 진화해온 IBM은 이제 다음 100년을 위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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