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국산 방송장비 시장이 움트고 있다.
14일부터 나흘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제21회 국제방송·음향·조명기기전(KOBA2022)’에는 국내 중소기업 65곳이 참가했다. 다국적 업체의 각축장인 장비 시장에서도 수출 실적을 내고 세계 시장에서 ‘먹히고’ 있는 회사들이 주목받았다.
오디오 코덱·모니터 등에 치우친게 다소 아쉬운 점이지만 3차원(D) 입체 영상 분야 등 차세대 기술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국내 대표 방송장비 회사인 티브이로직은 전시장 입구에 부스를 마련했다. 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바로 3차원(D) 입체 영상으로 구현해 주는 모니터가 대거 전시됐다. 거치대 위에 디지털일안반사식(DSLR) 카메라를 놓고 그 위에 부착할 수 있는 5.6인치 촬영용 모니터가 눈길을 끌었다. 회사는 2000만달러 이상 수출 실적을 올리고 있다.
다림비젼은 이번 전시회에 가상(버추얼) 세트장을 전시했다. 다림비젼의 신기술 3D 영상 제작 시스템이다. 여러 대의 카메라를 놓고 화면 안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 세트장 배경 화면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회사 히트 상품인 주조정실 송출 시스템도 부스에 꾸몄다. 이영수 부사장은 “고선명(HD) 화질 시스템을 전 세계에 1000대 이상 판매했다”고 말했다. 인터넷프로토콜(IP) 타입 멀티뷰어(multi-viewer)는 1000대 이상 카메라에서 보내온 신호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모니터 시스템이다.
레피드정보통신은 올해 태국에 오디오 코덱을 수출했다. 하반기에는 인도 방송사와도 공급 계약 논의 중이다. 이 분야에서만 1000만달러 이상 수출 실적을 기록한 회사다. 국내 최초로 개발한 실시간 오디오코덱 장비를 국내 KBS·MBC·SBS 3사에 공급한 것은 물론이고 미국·영국·프랑스 등 해외로 장비를 수출하고 있다. 정호용 이사는 “전 세계에서 시간차 없는 실시간 오디오를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고 말했다. 회사는 하반기 20억원 이상 실적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레드로버는 3D 입체영상 촬영용 모니터, 입체 카메라 리그 시스템을 내놨다. 28인치 모니터는 초고선명(FHD) 영상까지 촬영할 수 있게 해준다. 김진호 수석부사장은 “산업용 3D 모니터 시장 점유율은 국내 90% 이상”이라며 “지금 전시하고 있는 리그 장비와 함께 올해 600만달러 이상 수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이한범 한국방송기술산업협회 사무총장은 “국내 장비 업체들이 조금씩 세계 시장으로 발을 넓히고 있어서 올해 전시장 분위기도 좋고 앞으로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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