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맞은 대구경북 R&D, 풀어야 할 숙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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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대덕지구 선정에 대해 대구경북 지역민들이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대구와 경북이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호기를 맞았다.

 대구·경북은 최근 한국뇌연구원을 유치하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연구단 50개 중 10개를 배정받는 등 인프라 구축을 통한 R&D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찾아온 기회를 잘 살리기 위해선 풀어야 할 숙제가 만만찮다. 자체 예산확보와 과학벨트 유치과정에서 불거진 대구시-경북도의 갈등 해결이 시급하다.

 이에 대해 지역 과학계는 “두 지자체의 상생을 위한 대승적 차원의 협력없이는 지역 과학산업 발전은 언감생심”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R&D 역량 강화 ‘가물에 단비’ =대구시는 이달 초 한국뇌연구원을 유치했다. 총사업비 2650억원 가운데 정부는 향후 638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한다. 시는 뇌연구원 유치를 통해 오는 2020년까지 생산유발 효과 3조9000억원, 고용창출 효과 3만6000여명을 예상하고 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부설연구소로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에 들어설 뇌연구원은 지역 첨단의료산업을 발전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과학벨트가 비록 대전 대덕지구로 입지가 결정되었지만, 대구경북 입장에서는 연구역량을 높이는 호재임에 틀림없다. 지역 연구단에 투입될 예산이 1조5000억원 규모임을 감안하면, 국가 지원 R&D사업비에 목말라하고 있었던 지역으로서는 가물에 단비다.

 ◇절실한 자체 예산확보=뇌연구원을 유치하긴 했지만 지자체의 예산 마련은 쉽지 않아 보인다. 당초 정부의 기획대로 국책연구기관으로 추진됐다면 지자체 부담이 없지만 정부출연연구소인 DGIST의 부설연구기관으로 출범함으로써 지자체의 부담이 크게 늘었다.

 총 사업비 2650억원 중 정부지원금 638억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대구시와 경북도, DGIST가 부담해야 한다. 대구시는 교과부와 협의를 통해 정부 예산을 늘리도록 노력하겠다고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 대구시 한 관계자는 “뇌 분야는 국가차원의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뇌연구원도 향후 국책연구기관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역 전문가들은 뇌연구원이 획기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향후 20~30년 안에는 국책연구기관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없고, 결국 뇌연구원은 지방 재정을 갉아먹는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북도와 포항시, 포스텍 등 지난 2009년 뇌연구원 유치신청서를 정부에 제출할 당시 사업비를 내기로 했던 기관들도 현재는 사업비 부담에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

 경북도 한 관계자는 “대구시가 뇌연구원 사업비 분담에 대해 협의할 시간도 없이 덜컥 유치를 했다”며 “현재 포항시와 포스텍 등도 사업비 분담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또 경북도가 사활을 걸고 유치운동을 벌였던 과학벨트도 입지가 대덕으로 최종 선정됐지만 아직도 후유증이 남아있는 상태다.

 현재 도는 정부에 과학벨트 평가자료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라고 요청해 놓았다. 한편으로는 지역에 분산 배치될 과학벨트 연구단이 지역에 안착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며 ‘양동작전’을 펼치고 있다.

 ◇대구와 경북, 앙금 푸는게 급하다=뇌연구원을 유치하고 과학벨트 연구단을 배정받은 대구, 경북은 기회를 맞았지만, 과학벨트 유치 과정에서 생긴 앙금은 그대로 남아있다. 지역의 R&D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지자체 간 협력이 우선되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경북도가 뇌연구원 사업비 분담에 난색을 표하는 배경에는 도가 과학벨트를 유치할때 대구시가 적극적으로 협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뇌연구원 유치 과정에서도 대구시가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고 성급하게 유치에 뛰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지역 전문가는 뇌연구원의 사업비 분담에 대해 대구시는 경북도와 진지한 협의와 대안을 이끌어내 연구원이 지역에서 제대로 안착할 수 있도록 힘을 쏟아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곽영길 대구시 과학산업과장은 “대구와 경북이 힘을 모아 정부에 지방비 투입의 현실성을 이해시켜 정부 사업비를 더 끌어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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