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SW라이선스 요구, 농협 장애사태 후 주춤하나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한국IBM과 은행권의 SW라이선스 갈등 내용

 한국IBM이 은행권을 대상으로 강력하게 요구해 온 소프트웨어(SW) 라이선스 추가비용 지불 요구가 농협 전산사고 사태 이후 주춤하고 있다. 법적분쟁까지 예고됐던 한국IBM과 은행권 간 SW 라이선스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전망이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농협 전산장애 사태로 홍역을 치른 한국IBM이 외환은행과 더 이상 SW 라이선스 비용을 요구하지 않는 조건으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외환은행은 한국IBM과 은행권 간 SW 라이선스 갈등의 시발점이 된 은행이다.

 한국IBM은 외환은행 측에 지난 2009년 말 공급한 ‘MQ’제품에 대해 13억원의 추가 라이선스 비용지불을 요구했다. 이를 계기로 외환은행은 매년 통상적으로 진행하던 IBM 제품구매 규모를 절반 이하로 줄였고, 양사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외환은행 한 관계자는 “최근 한국IBM으로부터 구매 비용을 통상적인 규모로 정상화하면 SW 라이선스 비용지불 요구를 하지 않겠다는 공문이 왔다”면서 “최근 농협 전산장애로 인해 한국IBM이 금융권에서 큰 타격을 받은 점도 태도변화의 주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IBM은 올해 초 까지만 해도 농협 측에 수백억원 규모의 추가 SW 라이선스 비용을 요구했지만 지난 4월 전산장애 발생 이후엔 단 한 차례도 라이선스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농협 관계자는 “전산장애가 한국IBM 직원의 노트북PC로부터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한국IBM이 농협에 SW 라이선스를 요구할 처지가 아니다”면서 “과거처럼 한국IBM이 쉽게 수백억원을 추가 지불하라고 요구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외환은행과 농협은 한국IBM 요구에 반박할 만한 충분한 입증자료를 확보해 놓고 법적대응의 검토도 마친 상태다.

 이 밖에도 한국IBM이 라이선스 위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은행권에 관행처럼 요구해오던 SW 실사 작업 강도 역시 한층 수그러든 양상이다. 최근 기업은행의 계정계시스템 대상으로 진행된 SW 사용 실사에서는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고, 정보계시스템 SW 실사는 하반기께나 가능할 전망이다. 국민은행의 계정계시스템 SW 실사는 최근 KB카드 분사 작업으로 인해 중단됐다. 두 은행 모두 딜로이트컨설팅에서 실사를 담당하지만 과거처럼 한국IBM이 적극적인 실사를 요구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한국IBM의 SW 라이선스에 관한 급작스러운 태도변화는 농협 전산장애로 인해 금융권에서 신뢰가 크게 실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한국IBM이 국내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지나치게 SW 라이선스 정책을 고집하면서 금융권에서 반IBM 감정이 급속도로 확산된 상황이어서 한국IBM의 타격은 큰 것으로 분석된다.

 내부적으로는 이러한 금융권의 반IBM 감정이 또 다시 탈메인프레임 바람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높다. 이에 대해 한국IBM 홍보팀 관계자는 “IBM의 SW 라이선스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