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제품 찾는 사람 없다…주식 팔아라

`시가총액 266조원(2000년 3월)에서 27조원(현재)으로 추락.`

2008년 삼성전자가 "따라잡는 걸 포기했다"고 말할 정도로 잘나가던 `휴대폰 시장의 절대강자` 노키아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달 31일 노키아 주가는 `실적 경고` 여파로 핀란드 증시에서 17.53% 떨어진 4.75유로(약 6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1998년 2월 이후 13년 만에 가장 낮은 주가다.

노키아 주가는 최근 6개월 동안 3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다. 애플 아이폰이 나온 2007년 이후로 따지면 4분의 1 토막이 났다. 이로 인해 노키아의 시가총액도 삼성전자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스티브 엘롭 노키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실적 관련 기자회견에서 "예상보다 낮은 판매와 가격으로 2분기 영업이익 목표를 6~9%에서 손익분기점으로 하향 조정한다"면서 "2분기 이후 실적 전망을 내놓을 수 없을 만큼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향후 노키아 주가 향방을 묻는 질문에 엘롭 CEO는 "우리는 더 이상 주가 관리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대답해 증권가를 혼란에 빠뜨렸다.

애널리스트들은 즉각 `매도` 의견을 내고 가지고 있는 노키아 주식을 남김 없이 정리하라고 조언했다. 리 심슨 제프리스인터내셔널 애널리스트는 "노키아 주식을 전부 팔아 치우라"며 "지금 시장에서는 노키아 제품을 찾는 사람이 없다"고 강조했다.

노키아는 유럽과 중국 시장에서의 시장 점유율 감소가 실적 경고의 이유라고 밝혔다. 엘롭 CEO는 "안드로이드폰이 중국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노키아 휴대폰 가격을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키아는 판매량 기준으로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전 세계 점유율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점유율이 1년 만에 15%나 감소해 20%대 점유율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

`안방`인 유럽 시장에서도 스마트폰 부진으로 시장을 점차 삼성과 애플에 내주고 있다. 노키아가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던 저가폰 시장에서도 중국산 저가 휴대폰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노키아는 매출액에서 애플에 1위 자리를 뺐겼다. 서유럽 시장에서는 판매량도 삼성에 뒤처진다.

노키아 부진은 스마트폰 시대에 대응하지 못한 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노키아는 수십 종의 모델을 판매하고 있지만 소비자 입맛에 맞는 고사양 제품을 적기에 내놓지 못했고 구글 안드로이드, 애플 iOS와 같은 최적화된 모바일 운영체제(OS) 개발에도 실패했다.

특히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관료주의에 빠져 신속한 의사 결정을 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통신시장조사기관인 CCS인사이트의 지오프 블레이버 애널리스트는 "노키아는 (스마트폰과 저가폰 모두에서) 전방위 공격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력해 윈도폰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노키아 실적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다.

이미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 LG전자 HTC 등이 장악한 상황이다.

엘롭 CEO 역시 "2011년은 힘든 해가 될 전망"이라며 "노키아가 MS 윈도폰OS로 사업 전략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피에르 페라그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2000년 1주당 64.95달러까지 갔던 노키아 주가가 최악의 경우 3유로까지 떨어진다"고 경고했다. 그는 "노키아가 한때 세계 시장을 지배하다가 시장 점유율 붕괴를 기록한 `모토롤라 형태의 위기`를 맞았다"고 강조했다.

[매일경제 황지혜 기자 / 정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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