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현실화 스마트 한국 만든다]<5 · 끝>녹색성장 · 스마트 에너지 대한민국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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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8월 말, 두 달째 이어지는 열대야에 직장인 이 모씨는 오늘도 퇴근하자마자 에어컨부터 찾는다. 땀을 식히면서 TV를 시청하는 그는 잠시 후 ‘현재 전기요금 300원/㎾h, 이달 예상 전기요금 30만원’라는 TV자막을 보고 당황한다. 이 모씨는 크게 한숨을 쉬고 에어컨과 집안 조명의 전원을 내린다.

 #같은 시각 옆집에 사는 김 모씨는 걱정 없이 에어컨을 사용하고 있다. 8월 휴가철을 이용해 1주일 동안 전기사용량이 30㎾h 이하면 저녁 피크 시 20%를 할인해주는 바캉스 전기요금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어제 전기자동차용으로 충전해 놓은 전기와 낮에 태양광으로 충전한 전기를 가정용 전지(ESS)에 충전해 놓고 있어 여유가 넘친다.

 

 곧 다가올 미래 녹색에너지와 스마트그리드가 가져올 미래 생활상이다. 지금까지 전기는 절약하고, 사용한 만큼 요금을 내는 소비의 대상이었지만 앞으로의 전기는 재테크 대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스마트그리드와 관련해 가장 잘 알려진 사실은 실시간으로 변하는 요금체계, 그리고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의 전기거래다. 폭염이나 한파 시즌처럼 전기사용량이 많아 요금이 비쌀 때는 절약하고 사용량이 줄어 요금이 내려갔을 때 사용하는 것이 스마트그리드 시대의 일반적인 전기사용법이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모두 전기를 사용할 때 본인만 이를 참아가며 절약을 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신재생에너지와 전지 기술이다.

 하동혁 한국전력공사 녹색성장팀장은 “미래의 전기는 실시간 요금 정보에 따라 손익을 따져서 사용해야 한다”며 “심야 등 요금이 저렴할 때 충전을 해서 피크 시 요금이 비쌀 때 되파는 식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스마트그리드 전기 재테크 시장이 도래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전기요금현실화가 선결돼야 한다. 원가 이하인 지금의 전기는 누구도 저장하거나 되팔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적어도 원가 이상의 전기요금이 형성돼야 스마트그리드 전기거래의 기본 요건이 갖춰지는 셈이다. 7월부터 실시에 들어가는 연료비연동제와 스마트미터 보급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할 예정인 계절별·시간대별 요금제도 원가에 따라 움직이는 전기요금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함이다. 주택용·산업용·농사용·교육용·가로등용 등으로 구분돼 있는 용도별 요금 체계도 전기요금현실화 이후 전압에 따라 요금을 차등 책정하는 전압별 요금제로 바뀔 예정이다.

 원가에 기반한 전기거래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전기를 보다 현명하게 사용하는 습관을 갖추어야 한다. 특히 녹색에너지와 스마트그리드가 전기요금 인하를 가져올 것이라는 환상은 경계해야 한다. 오히려 이 둘은 새로운 시도와 투자라는 측면에서 전기요금의 원가를 더 올리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반면 원가와 실시간 사용량, 사용패턴에 맞춰 계획적으로 사용하면 그만큼의 이익을 소비자에게 되돌려준다. 녹색성장·스마트그리드 시대의 주역은 스마트한 전기소비를 주도하는 소비자인 셈이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