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들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억압한다는 지적을 받아 온 ‘임시조치제도’ 개선방안을 담은 법안 제정이 추진된다. 임시조치제도를 명시하고 있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망법’) 개정이 아니라, 새로운 법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두언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26일 “인터넷 자율규제가 지닌 여러 장점들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우리 인터넷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자율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제를 정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여당이 고수해온 국가에 의한 규제에서 민간 자율적 규제의 토대를 마련해 주겠다는 취지다.
그간 포털 등 ISP사업자들은 임시조치제도 적용 및 해석 과정에서 네티즌들로부터 적잖은 비난을 받아 왔다. 특히 일부 게시물 작성자들은 자신의 글이 일방적으로 인터넷 공간에서 30일 간 사라지는 데 대해 법적 소송을 제기해 오고 있다.
◇자율규제 법안, 무엇을 담을 것인가=정두언 의원실이 준비 중인 법안은 자율규제를 활성화 하자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명예훼손 및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이 있는 인터넷 상의 표현에 대해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들이 자율적으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고, 글 게시자의 표현의 자유도 보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인터넷 사용률이 83.7%까지 올라간 상황에서 임시조치제도 등 정부규제를 합리적으로 바꾸겠다는 게 것이다. 상당수 전문가들 역시 삭제된 글을 올린 게시자가 ISP사업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이의제기권의 제도화 등에 대해선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피해자의 사생활 보호와 표현의 자유 간 균형을 위해 도입된 임시조치제도가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며 “특히 국가나 정부권력, 사회적 권력에 대한 정당한 비판 내지 정치적 표현을 억압하는 수단으로도 악용된다”고 지적했다.
정부 규제가 아닌 민간 자율규제 활성화를 위해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업자들에게 자율심의나 자율규제에 대한 면책조항을 입법화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인터넷관련 법제가 국민의 자유와 권리보호에 많은 한계를 내포하고 있으며, 특히 국내 인터넷기업과 외국기업간의 규제 불균형 등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취지와 배경=새로운 인터넷 관련 법 제정 움직임은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 보호’라는 서로 상반된 가치를 동시에 보장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자는 취지다.
현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망법’)상의 임시조치 조항은 임시조치를 통한 피해자의 권리는 충분히 보장하지만, 정작 이 글을 쓴 작성자의 권리는 보장해 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임시조치제도는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관련 정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자의 권리의 신속하게 구제하는 한편 정보 게시자의 표현의 자유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인터넷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맞는 제도 정비의 필요성도 자율규제 법안 제정을 낳은 배경이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장 등 인터넷 문화의 급격한 변화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4월 말 현재 국내 페이스북과 트위터 사용자 수는 각각 400만명, 300만명으로 늘었고,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인터넷 이용자도 1000만명을 돌파했다.
정두언 의원실은 “현재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있다”며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권리균형의 문제와 불법정보에 대한 규제방식의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개선책을 찾아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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