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 불러놓고 러브호텔에서 자라니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주요 연구비 관리제도 문제점과 개선안

 # J대학교 연구소에 근무하는 연구원들은 저녁 식사를 학교 근처 분식집에서만 해결한다. 연구비 식대규정에 1인당 식대 금액이 5000원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장소도 관할 구역인 동작구만 가능하고, 노량진은 안 된다. 그것도 오후 6~12시에만 먹을 수 있다.

 

 # 최근 K대학 연구소는 급한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기 위해 주말에 외부 회의를 가졌다. 하지만 주말 회의비는 인정받지 못한다. 회의를 하면서 마신 커피 값은 당연히 연구원들이 각자 부담했다.

 

 # 현행 국립대학의 해외 초청학자 일일 여비는 8만원. 숙박은 모텔이나 여관정도에서 가능하다. 윤기봉 전국대학교산학협력단장·연구처장협의회(이하 협의회) 회장은 “해외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초청해도, 관리규정에 따르면 외곽의 러브호텔로 숙박장소를 정하는 수밖에 없다”며 “해외전문가에게 지급되는 소액 자문비를 필히 해외 송금하도록 한 것도 지나친 규제”라고 말했다.

 

 정부와 주무기관이 마련한 비현실적인 대학 연구비 사용규정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연구비 관리 투명성을 위해 강화해 온 규정이 일선 연구자들에게 오히려 불편을 초래해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

 과총포럼은 24일 32개 대학산학협력단 의견을 토대로 정부가 규정한 연구관리제도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대책을 제시했다. 정부의 깐깐한 연구관리 규정이 오히려 연구개발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대부분이다.

 우선, 무급 연구참여자의 연구비(여비 등) 사용을 허용하지 않거나 자문비를 소속기관 교수에게는 지급할 수 없도록 한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또 참여연구원 변경을 주무부처 공문으로 통보 한 후 승인하는데 이를 산업협력단이 변경 승인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연구기자재 구입은 가능하나 기자재 수리비는 허용하지 않는 것도 비현실적인 규제로 지적됐다. 동시에 교수는 정년보장이 됨에도 불구하고 함께 연구에 참여하는 스태프 인력은 비정규직이라는 것도 개선해야 할 제도라고 덧붙였다.

 윤기봉 회장은 “연구비를 투명하게 집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강화하는 정부의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지나친 규제는 성실 준수자에게 불편만 초래할 뿐”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가 연구비관리에 관한 대통령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 부처는 이를 준용하지 않고 있다”며 “연구비 투명성을 위해 각 대학이 노력해야 하겠지만 근원적 처방은 정부나 관련 부처의 개선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도 “과학기술인에 대한 창의성은 요구하면서 자율성을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며 “합리적 평가제도 개발과 투명한 연구관리 제도의 확립으로 연구자를 신뢰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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