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MRO 종착역은 `주식상장 대박`

대기업 오너들이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업 진출을 통해 노리는 최종 목적지는 주식 상장이다. 지난해 7월 상장한 삼성그룹 계열 아이마켓코리아는 상장 첫날 시초가가 액면가의 44배나 됐다.

계열사를 동원해 단번에 수천억 원대 매출을 올리는 회사를 손쉽게 만든 후 배당으로만 순익의 4분의 1 이상을 빼갈 수 있는 MRO가 진정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는 순간이다.

◆ 실패 확률 0%ㆍ대박 확률 100%

= "MRO 시장 성공 여부는 규모의 경제 확보에 달렸다. 중장기적으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삼성(아이마켓코리아) LG(서브원) 등 몇몇 재벌그룹 계열사가 독식할 전망이다. 국내 MRO 시장(B2C)도 결국 중장기적으로 국내 소매시장(빅3 독과점)과 같은 모습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7월 삼성그룹 MRO 계열사인 아이마켓코리아가 상장하기 직전에 나온 김장우 교보증권 애널리스트의 보고서 내용이다.

당시 백화점 등 유통업체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이 12배인 상황에서 PER의 18배에 이르는 수준에서 아이마켓코리아 공모가가 정해졌다. "너무 높지 않으냐"는 논란이 일자 김장우 애널리스트가 쓴 것과 비슷한 내용의 보고서가 줄을 이어 나왔다.

논리는 간단하다. 계열사가 매출을 밀어주고, 계열사와 거래하는 중소기업에도 진출할 수 있으니 성장성이 높다는 것이다. A씨는 이를 "캡티브마켓(관계사 비중 약 40%)은 안정적 수익과 단기 성장 모멘텀을 제공한다. 기타 시장(중견그룹 중소기업 공기업)은 중장기 성장 모멘텀을 제공한다"고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대기업에 MRO가 `절대 망하지 않는, 리스크 제로(0)`의 사업으로 불리는 까닭이다.

◆ 배당 성향도 높은 편

= 일단 세웠다 하면 매출이 확보되는 MRO는 수익성 면에서도 꽤 짭짤한 편이다. LG그룹 지주사인 (주)LG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서브원의 경우 2009년과 2010년 순이익의 30.7%와 26.6%를 각각 현금으로 배당했다.

서브원의 배당은 (주)LG로 돌아갔다. 지배구조상 구본무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의 (주)LG 지분이 48.6%에 이르기 때문에 돌아간 배당이익 중 절반가량의 수혜는 간접적으로 오너가가 받은 셈이다. 2010년 서브원의 (주)LG 배당금은 325억원이었다.

지난해 7월 말 상장한 아이마켓코리아는 올해 들어 2010회계연도 현금 배당을 실시했다.

보통주 한 주당 200원씩 배당하기로 했는데 당시 주가 대비 배당 수익률은 0.74%, 순이익 대비 배당 성향은 23.4% 수준이다.

상장 후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삼성그룹 계열사 지분은 59.6%로 낮아졌는데, 총 72억원의 배당금 가운데 9개 계열사로 흘러 들어간 금액은 42억원 규모였다.

◆ 상장 땐 오너가 `대박`

= 손쉬운 돈벌이인 MRO는 상장하면서 특히 오너가에 대박을 안겨준다. 2000년 설립한 아이마켓코리아는 그룹 계열사들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지난해 상장 직전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각각 지분 14.10%로 최대주주 위치를 점하고 있었다. 그 뒤를 이어 삼성전기(13.36%) 삼성중공업(9.65%) 삼성SDI(7.42%) 삼성엔지니어링(7.05%) 삼성코닝정밀유리(5.20%) 제일모직(3.71%) 삼성에버랜드(3.71%) 등이다. 삼성그룹 계열사와 임원 주식이 전체 중 79.51%에 달한다. 이들 그룹 계열사는 대부분 아이마켓코리아 설립 초기부터 액면가(5000원)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상장 직전 유통 주식 수를 늘리기 위해 액면가를 500원으로 낮추는 주식 분할을 단행했다.

500원짜리 아이마켓코리아 주식 한 주는 상장 첫날 시초가가 2만2100원에 형성됐다. 10년간 주식을 보유한 그룹 계열사들은 앉은 자리에서 44배 넘는 수익을 올린 셈이다. 게다가 2010년 7월 30일 상장 첫날에 상한가로 직행한 이후 9월 10일 3만3650원까지 급등했다.

하지만 너무 급하게 오른 탓인지 이후 주가는 하락세로 반전하며 최근에는 상장 첫날 시초가와 비슷한 수준까지 내려온 상태다.

[매일경제 황형규 기자 / 조시영 기자 / 김대원 기자 /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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