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불법 소프트웨어(SW) 유통으로 인한 피해액이 7500억원에 달하는 가운데, 일본과 우리나라는 PC 제조 단계부터 정품 SW 탑재 관행에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주요 PC 제조사들이 생산과 동시에 정품 SW를 깔기로 합의한 반면에 우리나라 대부분의 제조사는 운용체계(OS) 정도만 정품으로 제공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 낮은 가격에 PC를 공급하기 위해서라지만 불법 SW 유통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양판점·백화점·온라인몰·TV홈쇼핑 등에서 판매되는 PC 대부분이 오피스·한글 등 필수 SW를 시험판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험판은 60일 이후 사용 기간이 만료되는 프로그램이다. 기간 만료 뒤에는 수십만원을 내고 정품을 구매해야 한다. P2P 사이트에서 100~200원에 불법 복제한 제품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는 점에서 SW 불법 유통의 유혹에 노출되기 쉽다.
업계 관계자는 “1만~2만원에 PC 판매 여부가 결정되는 시장에서 수십만원하는 오피스 프로그램을 기본으로 제공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대부분 60일 버전을 사용해본 후 불법 복제품을 사용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주요 PC 제조업체인 소니·도시바·후지쯔·NEC 4개사가 정품 오피스를 기본 탑재키로 하는 등 SW 불법 복제 관행이 크게 개선됐다. 4개사의 일본 내 PC 시장 점유율은 80%에 이른다.
강희선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 상무는 “일본은 10년 전부터 제조단계에서 정품 오피스 프로그램을 깔기로 합의하면서 SW 불법 복제 관행이 근절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본과 우리나라 사이에 SW 불법 복제 사용 현황에서도 큰 격차를 보인다. 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BSA)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SW 불법 복제율은 20% 남짓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41% 대비 1%포인트 감소하긴 했지만 일본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선진국 평균 수준인 26%는 물론이고 OECD 34개국 평균치인 27%와 비교해도 훨씬 높다. 한국MS 조사에서도 국내 OS 불법 복제율은 20% 미만이었지만, 오피스 프로그램은 80% 가까이가 정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집계됐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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