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예상보다 빨리 `공급과잉`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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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폴리실리콘 및 태양전지 가격 현황

 글로벌 태양광 시장 공급과잉 현상이 예상보다 빨리 시작됐다. 세계 여러 업체들이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투자를 대폭 늘렸지만 수요 창출이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독일·이탈리아 등 유럽에서의 태양광 보조금 정책 변경에 따른 시장 불확실성과 침체가 공급과잉 현상의 도래를 앞당겼다. 주도권 확보를 위한 중국 정부의 지원은 이 나라 업체들의 대규모 증설로 이어져 이를 부추겼다.

 18일 관련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최근 태양전지 가격이 급격히 낮아졌다. 태양전지를 시작으로 도미노처럼 웨이퍼·모듈·폴리실리콘까지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태양전지 가격 급락은 공급과잉 현상의 단초다.

 이달 들어 단결정 실리콘 태양전지의 경우 가격이 4월 대비 7.5% 떨어져 와트당 1.14달러를 기록했고, 다결정 실리콘 태양전지도 8.7% 떨어져 와트당 1.09달러를 기록했다. 폴리실리콘은 5.1%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가격인 ㎏당 74.4달러를 기록하면서 다수 태양전지 및 모듈 업체들이 수익에 타격을 입었다.

 마틴 시모넥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 애널리스트는 “폴리실리콘 가격이 예상치보다 훨씬 높아 많은 태양전지 업체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며 “마진에 대한 부담으로 소규모 태양전지 업체들의 파산이나 보다 큰 기업으로의 합병 모색에 대한 압박이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태양광 모듈업체인 에버그린솔라는 지난 1분기 55%의 매출 하락을 경험한 후 “앞으로 더 많은 투자처를 찾지 못하거나 채무에 대한 재조정이 없으면 자금 부족을 겪을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골드만삭스 그룹의 지원을 받는 미국의 태양전지 업체 스펙트라와트는 지난달 뉴욕의 공장을 폐쇄하고 117명의 인력을 해고했다.

 현대중공업·한화솔라원·신성솔라에너지·에스에너지 등 국내 태양전지 및 모듈 업체들도 크고 작은 타격을 입었다. 이들 업체는 “이탈리아에서 보조금 정책이 늦게 발표되는 등 유럽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재고가 늘어났다”며 “유럽이 세계 수요의 8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고 이에 따라 제품 가격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반응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계 전반적으로 재고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으로, 심지어 중국 업체들은 재고가 1GW 규모까지 쌓였다는 소문도 있다”며 “이제 정점은 지났다고 판단하고 있는 만큼 상황은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와는 달리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공급과잉 현상이 앞으로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업계와 마찬가지로 일각에서는 이탈리아의 보조금 정책이 최근 확정된 만큼 불확실성이 줄어들어 지난 3, 4월보다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수요보다 훨씬 많은 공급의 증가가 예상돼 공급과잉 현상은 점차 심화될 전망이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는 올해 태양광 수요가 28GW를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데 비해 글로벌 생산능력은 41.5GW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공급이 수요의 약 1.5배 수준으로 늘어나 공급과잉 현상을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중국의 태양전지 업체인 선텍파워홀딩스와 JA솔라홀딩스 등은 올해만 9.5GW 이상의 새로운 생산라인을 추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전문 리서치기관인 솔라앤에너지의 지영승 이사는 “독일·이탈리아의 수요 증가로 지난해만큼은 아니겠지만 하반기로 가면서 지금의 상황이 개선 될 것”이라면서도 “수요 발생으로 업계의 공장 가동률은 높아지지만 시장이 생각보다 작을 것으로 보여 하반기 실질적인 공급과잉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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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건설산업이 지난 2008년 완공한 24㎿ 용량의 신안 동양태양광발전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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