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최신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 ‘진저브레드(2.3 버전)’를 가장 먼저 업그레이드하면서 안드로이드폰 업계 맏형으로 입지를 굳혔다. 스마트폰 사후서비스의 핵심인 OS 업그레이드에서 경쟁사보다 앞서 가면서 삼성전자가 사실상 안드로이드폰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17일 ‘갤럭시S’에 탑재됐던 ‘프로요’를 ‘진저브레드’로 업그레이드하기 시작했다.
진저브레드로 업그레이드하면 △인터넷전화(mVoIP) 프로토콜 기본 탑재 △근거리무선통신(NFC) 지원 △게임 개발 기능 강화 △전면 카메라 기본 지원 △배터리 효율성 향상 등 기존 ‘프로요’에 비해 훨씬 우수한 기능들을 사용할 수 있다.
현재 프로요를 탑재해 국내 출시한 40여종의 스마트폰 중 ‘구글 레퍼런스폰’ 넥서스원이 지난 6일부터 OTA(Over-The-Air) 방식으로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갤럭시 시리즈가 유일하게 업그레이드에 나섰다.
HTC는 지난해 말 전략폰 ‘디자이어HD’를 국내 출시하면서 올 1분기 가장 먼저 ‘진저브레드’로 업그레이드하겠다고 호언했지만 지키지 못했다. 삼성전자가 HTC보다 먼저 업그레이드를 시작하자 구글-HTC의 밀월이 깨지고 구글-삼성전자의 동거가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권강현 삼성전자 전무는 “삼성전자가 가장 먼저 구글과 업그레이드 협력을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가장 먼저 SW를 개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프로요’ 버전 업그레이드가 늦어진 뒤 고객 불만이 폭주하자 향후 업그레이드는 한발 앞서 대비하는 전략으로 전환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S’가 예상외의 대박을 터뜨리자 구글이 넘버원 파트너로 삼성전자를 선택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구글은 지난주 구글개발자대회에서 아직 출시되지 않은 ‘갤럭시탭 10.1’ 5000대를 전 세계 개발자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해 삼성과 끈끈한 동지애를 과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발빠른 업그레이드로 고객서비스에서 앞서 나가자 경쟁업체들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LG전자·팬택·HTC·모토로라·소니에릭슨 등 다른 휴대폰업체 프로요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우리는 언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느냐”며 잇따라 문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OS 업그레이드는 개발사인 구글과 긴밀한 협조체계를 가동하고 까다로운 소프트웨어(SW) 개발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업그레이드 일정을 속 시원하게 밝히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편 삼성전자의 이번 업그레이드에는 mVoIP 프로토콜 기능이 빠졌다. 통신사와 협의 과정에서 통신료 수익 악화를 우려한 통신사들이 이 기능을 제외할 것으로 요구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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