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현대자동차는 5개 계열사를 통해 물류자회사인 글로비스에 `물량 몰아주기`와 같은 부당지원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62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정부는 당시 추가 세금을 징수하지 않았다. 관련 법 규정이 미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현대차가 글로비스에 대해 제3자 회사에 주는 것보다 비싼 값에 운송물량을 발주할 경우 현대차는 글로비스로 떠넘긴 이익분에 대한 법인세를 추가로 물어야 할 전망이다. 글로비스에 물량 몰아주기로 이득을 준 것에 대해 현대차가 글로비스에 증여한 것으로 간주해 과세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처럼 일감 몰아주기 기업에 대한 과세 근거를 국제 조세관계에서 적용되는 `이전가격 세제`에서 찾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기업이 계열사에 시가보다 싸거나 비싼 가격으로 거래할 경우 조세 부담을 줄이려는 목적을 불문하고 시가와의 차액에 대해 세금을 물릴 계획이다.
15일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에 따르면 정부는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 이전가격세제를 상속ㆍ증여세법에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특수관계 기업 간에 거래를 할 때 가격 자체가 객관적이지 않다면 제3자 간 거래(정상가격)를 본 뒤 가격 차이만큼 과세하는 방안"이라며 "일감 몰아주기도 결국 자녀 소유 회사에 높은 가격에 부품을 공급하거나 비싸게 사오는 수법으로 제3자와 가격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같은 논리를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상가격을 파악하는 방법은 여러 제3자 기업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여 수렴된 가격을 시가로 추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통계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최고치나 최저치를 제외해 산술평균을 낸다는 것이다.
문제는 계열사나 제3자 업체에 동일 가격으로 물건을 공급했을 경우 차액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럴 때는 계열사 순이익에 대한 과세표준에 가중치를 부여해 추가 과세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예를 들어 같은 가격이라도 계열사에 물량을 몰아줘 100의 이익을 내고 다른 기업은 적은 물량을 받아 20의 이익을 냈다면 해당 계열사에는 100에 대한 원래 세금뿐 아니라 가중치를 부여해 추가 과세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다만 본인이 대주주로 있는 계열사에 몰아주는 것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자녀가 대주주로 있는 계열사에 한해 과세한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본인이 대주주인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것은 `부의 이전`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며 "기본적인 구상이 사실상 증여 행위에 과세하자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다수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있는 기업들은 비상장법인인 만큼 일감 몰아주기 전후 주식을 평가해 과세한다는 복안도 검토되고 있다. 비상장법인은 주식을 평가하면서 순손익가치 증가분에 이전가격이 얼마나 반영되는지 조사해 과세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비상장법인을 아버지와 자녀가 함께 출자해 설립했다면 자녀들의 주식가치만 평가하면 된다"고 말했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에 대해 재정부는 세제실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여러 방안을 연구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방안이 확정되면 상속ㆍ증여세법에 반영해 8월 세법개정안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 <용어설명>
이전가격(Transfer Pricing)이란 : 다국적 기업이 해외 자회사에 부품을 공급할 때 적용하는 가격이다. 일부 기업은 세금을 덜 내기 위해 원자재 비용을 조작하는데 이럴 경우 국세청은 정상가격(시가)을 추적해 과세하고 있다.
[매일경제 전병득 기자 / 김병호 기자 / 이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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