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질병은 치료할 수 있다.’
정말로 반가운 얘기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단서조항이 붙는다. 질병과 연관된 유전자를 정확히 알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전제조건이다. 질병의 주범 유전자만 알면 이 유전자를 공격할 수 있는 약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몸 속 세포 안에 있는 DNA에는 약 2만개의 유전자가 있다. 이 유전자는 질병치료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어딘가 병이 생겼을 때 약을 먹는 것은 그 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의 이상작용을 저지하기 위해서다. 수술은 이미 생긴 암 세포 자체를 없애는 개념으로 보면 된다.
◇유전자를 알아야 약을 만든다=유전자의 개념이 생기기 전에도 약은 있었다. 이러한 약들은 온전히 우연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질병에 어떤 물질이 효과가 있다는 경험누적의 결과물이다.
최근에도 약들이 개발된다. 소위 ‘신약’이라 불리는 약들은 개발 개념 자체가 사뭇 다르다. 신약 개발 시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이 ‘타깃 유전자’를 알아내는 것이다. ‘타깃 유전자’는 다름 아닌 병을 유발하는 주범 유전자를 말한다. 타깃 유전자가 확인되면 이 유전자의 특성을 파악한 뒤 이를 공격하거나 조절할 수 있는 화합물을 만들어내면 된다. 여기까지는 간단하다.
문제는 질병이라는 것이 특정 유전자 한두개 이상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부분은 여러 유전자가 어우러져 하나의 질병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약의 효능을 높이려면 질병에 연루(?)된 유전자를 다 파악하고 이들에게 맞는 물질을 만들어야 한다. 같은 증세의 환자인데 어떤 환자는 약이 듣고 어떤 환자는 약이 소용없다면 분명히 두 환자의 질병유발 주범 유전자의 구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암과 관련된 유전자만 300개가 넘는다. 이에 따라 암에 관련된 유전자를 공격하는 약들도 제각각 다르다. 성인당뇨, 심장질환, 류머티즘 등 현대인의 대표 질환들도 모두 복합질환에 포함된다. 따라서 질병을 유발하는 여러 유전자를 수사하는 것이 어려운 과제로 남는다.
◇유전자 소셜네트워크 구축돼=국내에서 유전자 간 상관관계를 파악해 놓은 지도가 개발돼 주목을 받는다. 소위 유전자 소셜네트워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 이를 이용해 복잡질환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효과적으로 찾아내는 방법이다.
이인석 연세대학교 교수 연구팀은 인간 유전자 소셜네트워크 모델(휴먼넷 www.functionalnet.org/humannet)을 구축했다. 휴먼넷에는 2만개 정도의 유전자 가운데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 1만9000개에 대한 소셜네트워크가 그려져 있다.
이인석 교수는 “대부분의 유전자는 질병은 물론 어떤 생명현상을 유지하는 일을 하기 위해 함께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며 “단백질 간 물리적 접촉현상이나 발현의 움직임을 실험적으로 측정을 해 비슷한 유전자를 가려내는 등의 방식으로 유전자의 소셜네트워크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휴먼넷은 기존의 게놈수준 연관분석(GWAS)과 함께 사용할 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지난 수년간 과학자들은 GWAS를 통해 복잡질환과 관련된 유전자 수천 개를 발굴했다. 이 방법은 통상 실험동물을 통해 돌연변이가 생길 때 이를 통해 병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유추했다.
사람의 경우 질병 있는 사람과 질병이 없는 집단을 비교해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점을 찾아내기도 했다.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더욱이 이런 방식으론 복잡질환의 유전을 모두 설명하기 힘들다. 예를 들어 성인당뇨는 GWAS를 통해 수십 개의 연관유전자를 밝혀냈지만 이 유전자들로 설명할 수 있는 성인당뇨의 유전적 요인은 4분의 1에 불과하다.
이 교수는 “복잡질환연구에 두 최첨단 기술인 유전자네트워크와 GWAS를 함께 적용하는 시스템유전학 접근법을 이용하면 질환관련 유전자를 보다 효율적으로 찾아낼 수 있다”며 “암, 성인당뇨와 같은 복잡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기술개발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라고 말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
많이 본 뉴스
-
1
'아이폰 중 가장 얇은' 아이폰17 에어, 구매 시 고려해야 할 3가지 사항은?
-
2
'주사율 한계 돌파' 삼성D, 세계 첫 500Hz 패널 개발
-
3
현대차, 차세대 아이오닉5에 구글맵 첫 탑재
-
4
속보이재명, '위증교사 1심' 무죄
-
5
서울시, '한강버스' 2척 첫 진수…해상시험 등 거쳐 12월 한강 인도
-
6
이재명, 위증교사 1심 재판서 무죄
-
7
'각형 배터리' 수요 급증…이노메트리, 특화 검사로 공략
-
8
MS, 사무용 SW '아웃룩·팀즈' 수 시간 접속 장애
-
9
네이버멤버십 플러스 가입자, 넷플릭스 무료로 본다
-
10
[뉴스의 눈]삼성 위기론 속 법정서 심경 밝힌 이재용 회장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