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 3DTV, 콘텐츠로 진화하라] <중>DMB 전철 밟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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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업체 아솔이 개발한 3D카메라. 3D 콘텐츠 보강을 위해 이 같은 신규 장비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콘텐츠 문제 때문에 3DTV가 광범위하게 보급되지 못하고, 이것이 또한 영화제작자들이 3D 영화에 투자를 꺼리게 만드는 악순환을 가져온다.”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전미방송협회(NAB) 쇼 기조연설에 참석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3D 산업에서 콘텐츠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말에 비유하며 3DTV 제조업체와 콘텐츠 제작업체가 선제적으로 투자에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카메론 감독의 지적은 3D 산업이 태동 단계에 접어든 국내 사정과도 맥을 같이 한다.

 ◇3DTV, DMB 반면교사=새로운 방송 플랫폼이나 기술이 등장하면 늘 등장하는 이슈가 누가 먼저 투자에 나설 것이냐의 문제다. 방송 콘텐츠가 늘어나야 단말기 판매량이 늘고, 이는 다시 콘텐츠에 대한 투자로 선순환하기 때문이다. 특히 양질의 3D 콘텐츠 제작을 위해서는 송출서버·저장장치·인코더·스위처 등 방송장비 부문에 대대적인 보완투자가 뒤따라야 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한때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붐이 일었다 현재는 존폐기로에 몰린 지상파DMB 산업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DMB의 경우 콘텐츠 제작·송출에 대한 투자를 거의 전적으로 개별 방송국에 떠맡기면서 산업 전체가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현재까지 휴대폰·내비게이션 등 지상파DMB 지원 단말기는 3500만대 가량 판매됐으나 DMB 방송 사업자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상파 DMB 6개 사업자의 분기별 광고 매출은 40억원 가량에 불과하다. 반면 누적 적자는 800억원을 훌쩍 넘었다. KBS·MBC·SBS 등 지상파 계열업체는 그나마 버틸 만하지만 한국DMB·유원미디어 등 독립 사업자들의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길만한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투자는 꿈도 못 꾸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DMB 사업 시작 이후 방송 송출과 관련한 투자는 개별 방송국에 맡겨졌지만 이 과정에서 돈을 번 쪽은 휴대폰 단말기 업체뿐”이라며 “단말기 업체나 지하철·터널 관리주체들의 좀 더 적극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인력양성도 준비해야=방송제작 환경에 대한 투자와 함께, 3D 전문 인력에 대한 투자도 선행돼야 한다. 영상 전문가들에 따르면 2D 영화 한 편을 3D로 전환(컨버팅)하는데 3개월 동안 총 300여 명의 인력이 소요된다. 처음부터 3D 영화를 제작하는 데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국내의 경우 3D 영상 전문가가 수십 명에 불과하다. 특히 3D 영상제작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스테레오그래퍼(3D 영상 총괄감독)’ 양성이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스테레오그래퍼는 3D 영상 촬영 특수장비인 리그(Rig) 조작과 함께 3D 콘텐츠의 제작·상영까지 전 과정을 관장한다. 지난해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 함께 삼성전자를 방문한 빈스 페이스가 세계 최고의 스테레오그래퍼로 꼽힌다. 3D 선진국 미국에도 전문 스테레오그래퍼가 30여 명에 불과할 정도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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