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이 지난 4일 밤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7월이면 FTA가 잠정 발효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산업계 명암도 갈리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EU FTA를 통해 자동차·기계·전자·섬유·석유화학 등 대부분의 제조업종의 대(對)EU 수출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협회는 EU(5.6%)가 미국(3.5%)보다 평균 관세율이 높고, 특히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목인 자동차(10%), TV 등 영상기기(14%), 섬유·신발(최고 12~17%) 등에 대한 관세율이 높아 관세철폐의 혜택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는 특히 고율의 관세가 철폐돼 전 세계 수요의 25%를 차지하는 EU시장 공략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유럽의 고급 수입차 가격도 같이 낮아져 국내 시장에서 경쟁이 격화되겠지만 유럽 시장은 우리나라의 14배에 달한다.
기계·전자 업종도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EU는 우리나라 주요 가전 가운데 TV 14%, 냉장고 1.9~2.5%, 에어컨 2.2~2.7%, 전자레인지 5% 등의 관세를 매기고 있다. 하지만 1997년부터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반도체, 휴대폰, 컴퓨터 관련부품 등에는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어 직접적인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또 그동안 TV 등 일부 품목의 경우 현지 생산이 확대되는 추세인 만큼 관세의 영향도 기대만큼 높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EU의 교역이 증가하는 만큼 전반적인 교역량이 커지고 수출 인프라가 좋아지는 등 전자·기계 분야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통신 분야는 협정 발효 2년 내에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간접 투자를 100%까지 허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외국인 진입 확대 등으로 국내시장 규모 확대, 소득 증가 및 요금인하 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반도체장비, 정밀계측기기, 전자의료기기 등에서는 다소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럽의 지멘스, 필립스 등이 규모나 기술력에서 절대 우세하기 때문이다. 이에 적용되고 있는 8% 관세가 없어지면 수입은 더 늘어날 것이라는 논리다.
한편, 품목별 수출 유망 제품도 눈길을 끈다. 코트라는 EU에 있는 16개 코리아비즈니스센터(KBC)를 통해 관세 철폐나 인하가 조속히 이뤄지는 품목 가운데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수출이 가능하고 현지 수요가 많은 제품 10개를 뽑았다. LED 조명, 위성방송수신기, CCTV카메라, 디지털 도어락 등이 유망 품목에 이름을 올렸다.
<표> 한 EU FTA 발효시 각 산업에 미치는 영향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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