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하지 말자" 던 구글 초심 어디로

`사악하지 말자(Don`t be evil)`는 구글의 윤리경영 모토가 이제 옛말이 돼가고 있다. 구글이 검색뿐 아니라 인터넷과 미디어, 방송, 광고, 소프트웨어에 이어 모바일, 소셜 부문까지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점유율을 높여가면서 초기 정신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악하지 말자`는 단기 이익에 집착해 공공의 선(Common Good)과 개방성을 해치지 말자는 뜻이었다. 구글은 검색 결과에 일반인 참여 사항을 반영하고 안드로이드, 크롬 운영체제(OS) 등 무료 소프트웨어를 배포해오면서 개방의 아이콘으로 추앙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태블릿PC 전용 OS인 `허니콤`의 하드웨어 조건을 지나치게 까다롭게 내세우면서 제조사들의 원성을 듣고 있다. 허니콤은 3D(3차원) 터치스크린, 구글북스(전자책), 구글토크(영상통화), 브라우저탭, 카메라, GPS 등 갖가지 기능 탑재를 요구한다.

제조사들은 요구 조건을 맞추느라 제품 가격을 높이고 출시도 지연시킬 수밖에 없다. 똑같은 요구조건을 따라가다 보니 삼성, LG, HP, 모토롤라 등에서 만드는 태블릿PC의 디자인과 사용자환경(UI)이 지나치게 비슷해져 제품끼리 구분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드로이드 OS 무료 배포 등으로 개방의 문은 열어놨는데 문턱은 높이고 있는 셈이다.

검색에서는 모바일 OS 제공업체의 위치를 남용해 안드로이드폰에서 타사 검색창 기본 탑재를 거부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지난 15일 NHN과 다음커뮤니케이션은 급기야 구글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휴대폰 제조사가 안드로이드폰에 검색엔진을 탑재하는 과정에 구글이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네이버, 다음 등 구글과 경쟁하는 검색엔진을 탑재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구글은 수년간 엄청나게 투자해 개발한 안드로이드를 오픈소스로 무료 개방했고 이로 인해 수익을 얻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에게 안드로이드폰과 태블릿PC를 개방했는데 제조사와 협의해 네이버는 네이버폰을 만들고, 다음은 다음폰을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구글이 개방보다는 자사 이익을 보호하는 일이 잦아짐에 따라 분쟁은 전 세계로 확대되는 추세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는 구글이 경쟁사 검색엔진들의 유튜브 접근을 막고 있다며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구글을 유럽연합(EU) 당국에 제소했다.

전 세계 도서관의 책을 스캔해 디지털도서관을 만들겠다는 `구글 북스 라이브러리 프로젝트`는 미국 본토에서부터 절판된 책의 저작권 보호 문제에 부딪혔다.

지난달 뉴욕 남부지방법원은 구글이 미국 도서관 소장자료에 대한 온라인 접근 권한을 위해 1억2500만달러를 지불하고 미국 작가조합 및 미국 출판사협회와 합의한 계약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거리에서 보이는 건물과 사람들을 카메라로 찍어 정확한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구글 스트리트뷰`도 와이파이망을 통한 불법 개인정보 수집 문제로 각국에서 질타를 받고 있다.

구글은 미국, 캐나다, 오스트리아, 덴마크, 프랑스, 홍콩, 한국 등 전 세계에서 이 문제로 조사를 받았으며 상당수 국가에서 이 서비스를 중단한 상태다.

국내에서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하에 검찰 수사 단계로 아직 기소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사악하지 말자`를 모토로 내걸면서 경쟁이 될 만한 기업은 모조리 집어삼키는 문어발식 인수ㆍ합병(M&A) 방식도 비판받는다. 유튜브(16억5000만달러), 애드몹(7억5000만달러) 등은 성공적으로 인수했지만, 지난 1월 온라인 항공권 예약ㆍ판매 소프트웨어 업체인 ITA를 7억달러에 인수하려다 반독점법 제소 위기에 직면했으며, 소셜커머스 업체인 그루폰을 60억달러에 인수하려고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

구글토크 등 소셜 부문이 성과를 내지 못하자 트위터에도 100억달러에 인수제안을 건넸으나 비즈 스톤 등 트위터 창업자들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매일경제 황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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