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증시` 개미떼 앞다퉈 진입

코스피가 잇따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뒤늦게 증시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개미가 주로 모이는 주식투자 사이트에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 `마지막 불꽃이 가장 화려하다`는 등 주식 투자를 독려하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이들 심리를 반영하듯 증시에는 개인 자금이 넘쳐난다.

증시 전문가들도 연일 낙관론을 쏟아내고 있다. 증권사들이 제시한 목표지수 평균은 어느새 2,400에서 2,500으로 올라간 상태다. 과열을 경고하는 비관론은 어디에도 없다.

개미들의 투자 열기는 고객예탁금 규모에서 잘 나타난다. 금융투자업계 통계를 보면 고객예탁금은 지난 19일 현재 17조4천315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작년 말 14조685억원에서 3조원 이상 늘어났다.

개인의 주식투자 자금 유출입을 보여주는 실질고객예탁금도 급증세다. 지난 14일 1조873억원이 늘어났으며 18일과 19일에도 각각 3천209억원, 4천667억원 증가했다.

빚을 내서 투자하는 신용융자잔고는 코스피 4조9천539억원, 코스닥 1조6천543억원으로 합치면 6조6천억원대에 이르렀다.

코스피가 2,000을 넘던 2006년 6월 7조원대로 기존 사상 최대치에 미치지 못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당시는 미수거래 동결계좌 도입으로 미수거래가 불가능해지면서 일시적으로 신용융자가 늘었던 특수상황을 고려하면 지금이 사실상 역대 최대치인 셈이다.

개미는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지난 11~15일 1조2천788억원을 순매수해 기관과 외국인의 매도를 받아내고 코스피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번주 들어 순매도로 돌아섰지만, 이달 개미가 순매수한 금액은 1천612억원, 올해는 2천254억원이다. 이달 순매수 규모는 외국인, 기관에 비해 많고, 올해 누계로는 개인이 유일하게 매수 우위를 보였다.

이렇듯 개인이 주식 투자에 뛰어들면서 코스피 거래대금은 10조988억원으로, 역대 3번째로 높았다. 사고파는 횟수를 보여주는 회전율도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개인들이 `불나방` 모습을 보이고 있음에도 브레이크를 밟아줄 비관론은 자취를 감췄다.

낙관론의 주요 근거는 과열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과열 기준이 되는 주가이익비율(PER)이 10.0배에 머물러, 2007년 13.4배에 비해 낮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170여개 기업들의 순이익이 2007년 54조원에서 2007년에는 101조원으로, 4년 만에 배 가깝게 늘어나 PER가 높지 않다. 주가순자산비율(PBR)도 1.45배 수준에 머문다.

기술적 분석으로도 20일 이동평균선 이격도가 103%로 아주 높다고 할 수 없으며, 20영업일간 상승 종목수 누계를 하락 종목 수 누계로 나눈 ADR도 108로 과열 우려는 과도하다.

현대증권 오성진 리서치센터장은 21일 "남유럽, 유가, 중국긴축, 중동발 악재 등을 모두 극복하고 주식시장이 계속 오르니까 비관론이 설 자리가 없다. 과열을 논하기에는 PER가 낮다. 최근 많이 오른 현대차도 시장보다 할인된 상태"라고 말했다.

오 센터장은 "개인투자자들은 실적만 보고 가면 된다. 실적이 받쳐주는 좋은 주식을 미리 팔았다가는 나중에 서운한 생각이 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장 안팎에 그득한 핑크빛에 취해 `묻지마 투자대열`에 뒤늦게 합류했다가 낭패를 볼 수 있는 만큼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시장 일각에서 나온다.

한 애널리스트는 "솔직히 너무 빠르게 오른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만 오를 거라고 얘기할 근거가 없다. 개인들 사이에서 수익률 열풍이 다시 부는 것 같다. 주변에 휩쓸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 남이 얼마 벌었다면 주가가 그만큼 올랐다는 뜻이어서 거기서 30% 더 먹겠다고 달려드는 건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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