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에너지, 왜 필요한가] <2>안전성 확보 현주소

Photo Image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국내 원자로 다중방벽 설계

  최근 OECD 원자력에너지기구는 원자력 사고 위험도를 다른 에너지원의 위험도와 비교한 자료를 발표했다. 1969년부터 2000년 사이의 발전소별 전력 이용에 따른 사고와 급성 사망자 통계를 보여준 이 자료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료에 따르면 발전원별로 OECD 국가와 비OECD 국가 간에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발전소별 안전시설과 기술수준에 따라 사고 발생 빈도가 현격히 차이가 난다는 점을 설명한다. 주목할 사실은 원자력 발전으로 인한 급성 사망은 옛 소련 체르노빌 사고가 유일하다는 점이다. 물론 진행 중인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자료는 아직 포함되지 않았다. 반면에 석유, 천연가스, 석탄, LPG 등을 원료로 한 발전소는 OECD 가입국에서만도 수 십건이 넘는 사고가 발생했다.

 원전의 안전성은 한마디로 ‘방사선’으로 압축된다. 원전 안전은 방사선에 대한 안전성 확보 문제로 귀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이 같은 특성 때문에 원자력 발전의 안전은 기술적으로 평가되는 객관적 리스크보다 주관적 리스크가 훨씬 크다”며 “원자력 발전기술의 역사가 짧은데다 기술적 이해가 어려워서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기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원전에서 방사성 물질 99.9% 이상은 핵연료봉 안에 위치한다. 따라서 원전의 안전성은 원자로의 출력을 제어하고 핵연료봉을 지속적으로 냉각시키면서 방사성 물질들을 방벽 안에 가두는 게 핵심이다. 이를 ‘심층 방어(Defense-in-Depth)’ 전략이라고 한다. 심층 방어 전략은 설계에는 오류가 있을 수 있고, 기기들은 때로 고장을 일으키며, 사람은 실수하기 마련이라고 가정하고 높은 수준의 안전을 위해 ‘다중 방벽’과 ‘다단계 방호’ 개념을 도입한 전략이다.

 윤철호 원자력안전기술원장은 “국내 원전 21기는 모두 이 같은 다중방벽 전략에 따라 5중의 방벽이 연료봉을 감싸고 있다”며 “원자력발전소의 건설비가 같은 용량의 화력발전소에 비해 높은 이유는 이 같은 다양한 안전설비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전 설비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이상사태 발생 시 원자로를 신속하게 정지시키고, 많은 에너지가 발생하는 핵연료를 냉각시켜서 녹아내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원자로 정지의 신뢰도 확보를 위해 모든 원전은 서로 다른 원리를 이용하는 두 가지 이상의 원자로 정지계통을 갖추고 있다. 또 비상 시 핵연료 냉각을 위해 비상노심냉각계통을 구비하고 있다.

 물론 가능성이 낮더라도 핵연료가 대량으로 녹아내리는 중대 사고에도 대비하고 있다.

 이 같은 안전설비의 차이는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과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에서 각각 대량의 핵연료가 녹는 중대사고가 발생했지만 인간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랐던 점이 잘 보여준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