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아반떼 밀리언셀러(연 100만대 판매)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공급이 주문을 못 따라가는 실정이에요."
울산의 젖줄로 불리는 태화강변을 따라 줄지어 선 벚꽃이 만개한 지난 13일. 여의도 3분의 2 면적에 펼쳐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신차들로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현대차는 국내에 울산 아산 전주 등 3곳에 공장을 두고 있다. 울산은 독립된 5개 공장에 연간 150만대 생산 규모를 갖췄다. 종업원 3만4000여 명이 최고급 세단 에쿠스부터 제네시스, 싼타페, 아반떼, 벨로스터 등 차량 16종을 하루 평균 5600대씩 생산하고 있다.
지난달 동일본 대지진 발생 이후 울산공장 가동률은 연일 100%다. 평일에는 주ㆍ야간 2교대, 주말에는 특근이 계속되고 있지만 주문량을 못 맞출 정도다.
아반떼와 i30 등을 생산하는 3공장 이석동 공장장(이사)은 "아반떼 전용 라인 직원은 토ㆍ일요일 특근을 당연시할 정도로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다"며 "시간당 60대가 넘는 차를 쏟아내고 있지만 언제나 공급은 수요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3공장 품질검사 라인에 들어서자 막 조립을 마친 신형 아반떼가 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을 늘어선 모습이 들어왔다. 이들 차량 중 70~80%는 차량 이름으로 아반떼가 아닌, 수출명 엘란트라를 달고 있었다. 그만큼 국내보다 국외 판매가 많다는 얘기다.
지난해 출시된 신형 아반떼는 국내에서는 아반떼MD,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엘란트라, 중국에서는 위에둥으로 불린다. 2007년 39만대 수준이던 글로벌 판매량은 지난해 75만대까지 치솟았다. 올해는 구형 아반떼 등을 포함해 아반떼 단일 차종으로만 연간 100만대 판매가 기대되고 있다.
단일 모델로 연간 100만대 판매는 현대차에서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외국에서도 도요타 코롤라처럼 여러 세대를 거쳐온 모델만이 달성했을 정도로 대기록이다.
아반떼 판매가 급증하면서 현대차는 다음달부터 구형 아반떼와 베라크루즈, 싼타페 등을 생산하는 울산 2공장에서도 신형 아반떼를 생산하기로 했다. 이곳에서 연 10만대 이상 생산하면 국내 50만대, 중국 30만대, 미국 20만~30만대 등 글로벌 100만대 판매를 위한 생산시설 구축도 마무리된다.
미국 시장은 아반떼 인기에 힘입어 지난 1분기 준중형차 시장에서 현대ㆍ기아차가 도요타를 누르고 사상 처음 판매 1위를 차지했다. 미국 준중형차 시장에서 현대ㆍ기아차 점유율도 2009년 12.5%에서 2010년 15.7%로 오른 뒤 올해 1분기에는 16.7%까지 치솟았다.
이 같은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도요타 닛산 혼다 등 중소형차에 강한 일본 업체가 대지진 여파로 정상적인 가동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이 주문을 못 따라갈 정도로 호황을 보이는 현대차지만 올해 노조 이슈가 걸림돌로 작용할지 모른다. 공장을 찾은 기자를 제일 먼저 맞이한 것도 현대차 노조의 우렁찬 확성기 소리였다. 이날 노조는 공장 본관 앞에서 타임오프제 관련 집회를 열고 있었다.
이달 1일 타임오프제 시행에 맞춰 사측은 노조 간부 전원에 대해 `무노동 무임금`을 선언하며 임금 지급 중지 의사를 밝혔다. 현대차 노조 간부는 "당장 이달 월급부터 못 받게 됐다"며 "요즘 금리가 낮은 대출을 알아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노조 전임자 수 축소가 핵심 내용인 타임오프제 시행은 `법대로` 하자는 회사 측과 `노조활동 탄압`이라는 노조 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내 하도급 문제도 뇌관이다. 7월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는 사내 하도급 사안은 현대차 고용 유연성을 해칠 수 있는 가장 큰 노동 문제로 꼽힌다. 다음달부터 노사가 협상에 들어가는 임ㆍ단협도 노조 측에서 타임오프제 문제를 함께 처리할 예정이라 올해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울산=매일경제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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