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방송 · 통신요금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의 국회 업무 보고를 듣고 있으면, 방송 전문가가 아닌 누구라도 ‘아, 저런 문제가 있겠구나’ ‘아, 방송판은 이렇게 돌아가는 구나’라는 것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국회업무보고에서 의원들은 국민이 궁금해할만한 방송현황에 대한 질의를 하루 종일 여야 두 진영으로 나뉘어 정치적 역학관계까지 다 고려해 중복해서 쏟아내고, 같은 답변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물론 방송과 통신을 아우르는 방송통신위원회의 국회 보고인 만큼 통신에 대한 질의도 간혹 나온다. 하지만 의원들의 질의에 산업적 측면의 통신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것은 없다. 간혹 방송통신위원회가 ‘진흥업무를 소홀히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와 관련된 이야기는 질문과 답변을 합쳐 1분을 넘기지 않는다.

 하지만 통신 분야에서 요금과 관련된 이야기는 다르다. 사실상 방송을 제외한 통신 분야 질의는 복잡한 산업구조적인 문제는 생략되고, 통신요금 인하에 맞춰진다. 거의 모든 의원들이 정치적으로 예민한 방송에 대한 질의를 마친 후에는, 구색맞추기식으로 ‘통신요금을 인하할 의지가 있느냐’는 단편적 질문을 던지고 윽박지른다.

 통신요금 인하 방안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의견들을 쏟아 내기도 한다. 오로지 요금 인하라는 대명제에 맞춰 끄집어낸 묶음 수준의 질의다. 그럼에도 정부기관인 방통위로서는 국회의원들의 지적에 최대한 적극적으로 반응해야 하고, 규제기관인 방통위의 눈치를 봐야 하는 기업들로서는 반론조차 어렵다.

 의원들의 질의에 방통위원장은 ‘검토하겠다’를 반복하고, 그 검토하겠다는 발언은 방통위 실무진들에게는 보고서 한 꼭지라도 내야 하는 부담으로, 기업들에게는 자신들의 산업전반에 대한 전략이나 로드맵을 수정 또는 수정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상황을 반복시킨다.

 방송통신위원회의 고유 기능 가운데 하나인 통신산업 또는 ICT 산업발전까지를 고려한 조언은 극소수 의원을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표’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인지, 너무 어려워서 피해가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선무당이 사람잡는 꼴이다.’

 이처럼 국회만 열리면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통신요금위원회(?)’로 변질된다. 산업적 구조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국회의원들의 단발성 질의는 방통위로서는 고유 산업에 대한 이율배반적인 정책을 입안하는 요인이 되고, 결국 산업발전구조를 왜곡하는 요인이 된다. 아마도 이번 정부가 끝날 무렵의 국회에서는 ‘지식경제부는 IT산업을 진흥하는 부처, 방송통신위원회는 통신요금 인하를 추진하는 부처’라는 인식만이 남을 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 13일 열린 방송통신위원회의 국회 문방위 업무보고에서 진성호 의원은 ‘이명박 정부가 대선공약으로 제시한 이통요금 20% 인하는 무난히 달성될 전망’이라는 자료를 냈다. 이 같은 자료를 낸 배경은 차치하더라도, 최소한 ‘표’를 의식해야 하는 국회 내부에서도 기업들의 통신요금 인하 노력을 평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셈이다. 업무나 정책 현황조차 모르면서 일회성으로 던져지는 일부 의원들의 질타가 당혹스럽기만 하다.

 어렵지만 중요한, 그리고 인기 영합만이 아닌 중장기적 관점에서 균형잡힌 통신·ICT 진흥정책이 자료로서가 아닌 질의응답으로 심도 있게 논의되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모습을 보고 싶다.

 심규호 정보통신담당 차장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