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는 기술혁신·콘텐츠·브랜드를 핵심으로 경제의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 각 국가는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서 지적 창작활동을 장려하고 그 결과물의 보호·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국가전략을 수립해 운용한다.
일본은 2002년 2월 고이즈미 총리가 지적재산 전략을 국가전략으로 정하고, 7월에 지적재산의 창조·보호·활용 및 인재양성의 전략적 추진을 위한 50여개의 주요 정책을 담은 ‘지적재산전략 대강’을 마련함으로써 ‘지적재산 입국’을 선언했다. 같은 해 11월 ‘지적재산기본법’을 제정하고 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지적재산전략본부’를 신설함으로써 국가적 지적재산추진계획의 기틀을 마련했다.
미국은 이미 30년 전부터 지적재산권 정책을 세웠다. 2008년 ‘지적재산우선화법(PRO-IP)’을 제정하고 대통령 소속의 지적재산 집행조정관을 둬 범정부 차원에서 지적재산정책을 관리·조정하고 있다.
EU는 2000년대 초회원국간의 통합을 바탕으로 지식기반 사회로 이행하기 위해 EU 이사회내 경쟁력위원회를 중심으로 EU 공동체 지적재산 시스템을 정비했다. 중국도 2005년 ‘지식재산을 통한 소강사회(백성이 편하고 배부르게 잘 사는 사회)’를 목표로 ‘국가 지적재산권 전략제정 위원회’를 출범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지적재산권 분야 선진국들의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에 발맞춰 급변하는 지적재산 환경에 적극 대응하고, 지식정보화 사회를 주도해 나가기 위하여 지난 2006년에 지식재산 중·장기 정책목표와 방향성을 제시, 국내산업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고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한 ‘지식재산기본법’ 제정안을 마련했다. 아쉽게도 이 법안은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제17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뒤늦게나마 지식재산을 범국가적으로 관리하고 지식재산 강국을 실현하기 위한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 수많은 전문가, 산업계 및 부처들의 협의를 통해 다시 한 번 ‘지식재산기본법안’을 마련한 것은 국가 대계를 위하여 다행스러운 일로 평가된다. 콘텐츠·기술 등의 지식재산은 무형의 재화로서 재생산에 필요한 비용이 소요되지 않아 부가가치가 매우 높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자원의 불모지인 국가의 경쟁력은 기술 개발과 콘텐츠의 창작과 같은 활동에 투자하는 정도에 달려 있다. 사람의 머리에서 캐는 자원인 지식재산을 육성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정책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지적재산의 핵심을 이루는 저작권과 산업재산, 즉 특허제도의 발전 전략이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
최근 한국의 다양한 문화·콘텐츠에 대한 한류열풍은 아시아를 넘어 러시아·아랍·아프리카까지 수출되는 국가 브랜드이며, 이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 스마트폰의 등장 등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식재산기본법은 이러한 지식재산의 창출-보호-활용-재투자라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해 창출된 지식재산을 기업 생산성 제고, 일자리 창출, 혁신형 중소기업 창업 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다. 국가경제 발전과 국민의 삶의 질 개선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법안임을 확신한다. 국회가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다.
손승우 단국대학교 법학과 교수 legalssw@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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