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클로즈업]세상의 종말에서 살아남는 법/재난이 닥쳤을때 필요한 단 한권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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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에게 생사의 기로는 언제든 다가올 수 있다. 죽음을 각오한 전장이든, 아무도 예상치 못한 재난을 당하든 삶과 죽음을 사이에 둔 순간에는 인간의 원초적 생존 본능은 어쩔 수 없다. 9·11 테러나 얼마 전 일본 대지진의 악몽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말이다. 사람이라면 생존을 위협받을 때 그보다 더 절실한 가치는 없는 법이다. 엄청난 자연재해나 각종 인재가 얽히고설켜 터져 나오는 요즘, 한번쯤 눈여겨봐둘 만한 신간 두 권을 소개한다.

 

 ◇세상의 종말에서 살아남는 법

 제임스 웨슬리 롤스 지음. 노승영 옮김. 초록물고기 펴냄.

 미국에서는 지난 일본 대지진 충격 이후 이 책에 관심이 집중됐다고 한다. 책은 재난재해 발생 시 사회 안전망의 핵심은 전력이라고 확언한다. 저자 롤스가 전력 공급이 일주일 이상 중단되는 이른바 ‘그리드 다운’ 사태가 나타났을 때 예상한 연쇄반응은 일본의 사례와 너무나 흡사하다. 이렇다. 전력 공급이 중단된다. 곧이어 상수도 공급도 멈춘다. 식량 공급에도 차질이 생기고, 법질서가 무너진다. 방화와 대규모 약탈이 자행되고 대도시에서는 도적떼가 속출한다.

 인간이 만든 사회라는 거대한 기계는 지금껏 별 탈 없이 작동하는 것처럼 보였다. 수많은 사건사고가 있었음에도 조금만 시간이 흐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기억에서 잊히곤 했다. 안전 불감증 탓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일본 지진의 여파로 방사능 오염을 우려하는 상황에 와서야 부랴부랴 안전 대책이 거론되는 수준이다. 저자는 테러, 전쟁, 환경 재앙, 에너지 고갈, 경제 불안, 신종플루, 지진 등 최근 발생하는 재앙들이 한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서는 데 문제가 있다고 진단한다. 결국 정부나 범지구적 차원의 공조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나아가 개인 한 사람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만전을 기하되 이웃과 결속력을 다지는 노력도 촉구한다. 1만5800원.

 

 ◇재난이 닥쳤을 때 필요한 단 한 권의 책

 코디 런딘 지음. 정지현 옮김. 루비박스 펴냄.

 내가 사는 곳에 재앙이 닥칠 상황에 대비한 생존 전략은 ‘준비’ 그 자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가 재난 후 시나리오에 맞춰 사는 것이다. 전기가 아닌 태양 에너지로 생활하고 빗물을 받아 식수로 사용하고 쓰레기를 퇴비로 재활용한다. 일본에서 이번 대지진으로 냉난방이 끊어지자 상당수 노약자와 환자들은 생각지 못한 추위 때문에 사망하기도 했다는 점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가장 효과적인 대비책이다. 책은 재난을 맞았을 때 처음 부닥치게 될 심리적 공포 문제부터 다룬다. 장·단기적 재난 상황에서 육체·심리적으로 필요한 것과 가정 내 필수 구비 품목, 비상시 임시방편, 비상시 ‘욕구 탈출법’에 이르기까지 실용적인 대처 방안을 모두 담았다. 하지만 저자가 제시하는 생존법은 특별한 많은 장비가 물품이 필요하지 않다. 마치 맥가이버처럼 생활 속에서 쉽게 준비할 수 있는 일들이다. 집에 있는 표백제나 ‘빨간 소독약’ 몇 방울로 물을 정수하는 법, 통밀·분유·꿀·소금 네 가지가 필수 식량이라는 점, 단수 시 배설물을 깔끔하게 처리하는 법, 참치 캔을 조명으로 활용하는 법, 메뚜기·쥐 등 대체 식량을 사냥해서 태양열로 조리하는 법 등 읽다보면 마치 내가 재난 상황을 헤쳐 나가고 있는 듯하다. 책이 생존을 위한 잡학서로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1만3000원.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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