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잇단 자살로 공황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KAIST의 학부 총학생회가 차기총장 선출시 학생 의결권 보장 등을 포함하는 총 3개 안건의 14개 항목 수용을 요구하고 나서 서남표 총장이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관심이 쏠렸다.
서남표 총장은 일단 사흘뒤 답을 내놓겠다는 말로 시간은 벌어놨다. 그러나 일부 항목은 서 총장이 추진해온 개혁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데다 학칙을 거스르는 내용도 담고 있어 총장이라고 하더라도 이 제안 모두를 수용하는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부 총학생회는 지난 13일 오후 7시부터 오후 10시 10분까지 본관앞 잔디밭에서 장장 3시간이 넘게 비상학생총회를 개최하고, 총 4개 안건 15개 항목에 대해 투표를 실시, 1건을 제외한 3개 안건 14개 항목을 통과시켰다.
통과되지 않은 안건은 ‘학교당국의 경쟁위주의 제도개혁의 실패 인정을 요구한다’는 내용으로 852명의 학생이 거수투표에 들어가 416명 찬성, 317명 반대, 119명 기권으로 15개 안건 가운데 유일하게 부결됐다. 통과되기 위해서는 과반찬성이 있어야 한다.
이 안건이 부결된 것에 대해 KAIST 측은 학생들이 제도개혁 자체의 가치는 인정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해석하며, 큰 틀에서의 개혁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날 통과된 안건 14개 항목 가운데 △차등 수업료 제도 전면 폐지 △부,복수전공 연차초과 유예제도를 포함한 융합학문 장려 정책 마련 △총장 선출과정에서의 일부 의결권 부여 등은 쉽게 해결될 사안이 아니어서 갈등이 예상된다.
특히 차등 수업료제 폐지의 경우 이미 서 총장이 국립대 수준은 돼야 한다고 언급한데다 연차초과 유예제 대안모색도 대학수입이 줄어드는데다 일종의 대학원생 출구전략으로 마련해 놓은 것이어서 판단이 쉬워 보이지 않는다.
또 학생회의 총장 선출 관여에 대해 들여다보면 이는 이사회의 고유권한인데다 자칫 총장 직선제와 같은 연결고리상에 위치할 수 있어 섣부르게 이를 받아들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KAIST의 한 관계자는 “일부 요구는 무리인 것 같다. 교수입장에서 타당하거나 학생입장에서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내용들일지라도 뒤집어보면 서 총장 입장에서는 개혁철학에 벗어나는 요구일수 있다”며 “해법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 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서남표 총장은 학부 비상학생총회 안건 통과 발표뒤 연단에 올라 “KAIST를 졸업했다는 것 하나 가지고도 세계를 정복해야 한다. 우리는 할수 있고, 작은 걸로 큰 문제를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KAIST 큰 기부자중 MIT나온 인물이 있는데 학교 다니면서 공부는 잘 못했다. 그렇지만 성공한 사람”이라며 학생들 모두는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자신감을 가지라고 충고했다.
또 그는 “우리는 한팀이다. 내가 팀장이고, 아버지고 할아버지일수 있는 한 집안”이라며 “오늘 제안에 대해서는 3일내 답을 주겠다”고 대답했다.
또 이날 함께 열린 대학원 총학생회의 비상학생총회는 성립요건인 정족수 1018명의 5분의 1을 채우지 못했지만 행사를 진행했다.
이 대학원 비상학생총회에서는 소통 개선을 위한 ‘대학교육정책 최고 자문위원회’ 구성과 ‘대학 연구환경 개선혁신’을 위한 비상 TF팀 구성 등을 안건으로 상정, 통과시켰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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