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표류하고 있는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 대행사) 관련 법안이 4월 임시국회에서는 통과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08년 11월 한국광고방송공사(코바코)의 방송광고 독점판매를 규정한 방송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지만 이후 2년 넘게 관련 법률의 제·개정안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법률 개정 시한이 2009년 12월임에도 미디어렙의 개수나 방송사의 참여 지분 비중, MBC를 공영과 민영방송 중 어떤 쪽으로 봐야 할지 등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 여야 모두 명확한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데다 종합편성채널의 미디어렙 포함 여부까지 새로운 논란으로 등장할 전망이어서 상황은 한층 더 복잡하게 꼬여가고 있다.
◇미디어렙, 몇 개가 돼야 할까=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미디어렙 관련 법안은 모두 6건이나 되는데, 법안들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은 미디어렙을 몇 개로 둘 것인가에 있다.
김창수 자유선진당 의원과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의 법률안은 `1공영 1민영` 체제를 담고 있지만, 이 의원은 공·민영간 교차 판매를 허용하고 진 의원은 업무 영역을 3년간 지상파로 한정하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미디어렙의 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공민영의 구분도 없는 완전경쟁안을 제시했고 한나라당의 이정현 의원과 한선교 의원은 `1공영 다민영` 체제를 법률안에 담았다.
`1공영 1민영` 체제는 공영방송 KBS, MBC, EBS의 광고 판매를 코바코에 위탁하도록 하는 한편 민영 미디어렙에 SBS의 광고를 맡기자는 제도로, 방송의 공적인 기능을 중시하면서도 부분적으로 시장경쟁 원리를 도입하자는 취지에서 나왔다.
`1공영 다민영` 체제 혹은 완전경쟁체제는 주요 방송사마다 미디어렙을 두고 광고 판매를 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다민영 체제는 시장경쟁의 원리를 강조해 광고시장과 방송시장의 효율성을 좇겠다는 취지를 담았지만 지역방송이나 종교방송 등 취약매체의 생존이 위협당할 수 있고 방송의 공공성을 해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지역·종교방송이나 신문사, 케이블TV 업계, 코바코 등은 `1공영 1민영` 체제를 지지하고 있으나 MBC와 SBS는 `1공영 다민영` 체제를 옹호하는 입장이다.
◇MBC는 공영렙, 민영렙 중 어디에=`다민영` 체제를 옹호하는 쪽에서도 첨예하게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부분은 MBC를 공영과 민영 중 어떤 쪽으로 볼 것인지의 문제다.
MBC는 민영방송과 마찬가지로 재원을 광고에서 얻고 있지만 공익재단의 성격을 띠는 방송문화진흥회가 지분을 소유하는 공영방송이다.
이런 까닭에 MBC의 광고 영업을 공영 미디어렙이 맡을지 민영 미디어렙이 맡을지를 놓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MBC는 `헌법재판소가 미디어렙 경쟁체제 도입을 말한 이상 공영 미디어렙을 지정하는 일 자체가 위헌일 수 있다`는 취지로 자사가 자회사로 미디어렙을 운영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광고시장의 경쟁이 점점 격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래도 규제를 받을 수밖에 없는 공영 미디어렙에 속하게 되면 SBS 같은 민영방송이나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종편과의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지난 7일 민주당 정책위원회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이남표 MBC 연구위원은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상파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미디어렙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며 "MBC의 줄어든 이익이 시청자 복지가 아닌 종편채널 등으로 갈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법률안 중에서는 한선교 의원의 안이 코바코가 광고판매를 대행하는 매체로 KBS와 EBS만을 명시해 MBC는 민영 미디어렙에 광고를 위탁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도록 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방송사 참여 지분 범위는?=방송사들이 미디어렙을 직접 운영할 수 있도록 할지도 논란이다.
계류된 법안 중에서는 한선교 의원의 안이 최대주주 지분의 소유 한도를 51%로 하고 있으며 다른 안은 30~40% 이내로 최대주주의 지분을 제한하고 있다.
한 의원의 안은 대기업과 다른 미디어렙의 출자를 금지하고 있으나 방송사의 출자 금지 조항은 없는 반면 이용경, 진성호, 전병호 의원의 안은 방송사의 지분을 10~30%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의원 대부분이 특정 방송사의 지분을 절반 이하로 제한하려고 하는 것은 방송사가 직접 미디어렙을 운용하는 형태가 되면 광고 영업이 보도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도 있으며 이는 지상파방송으로의 광고 쏠림 현상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신문협회는 지난해 "1공영 1민영의 제한경쟁 체제를 도입한 후 후속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미디어렙에 대한 지상파방송의 지분 참여는 금지되거나 제한돼야 한다"고 입장을 명확히 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위탁 대상 매체에 종합편성 채널을 넣을 것인지와 미디어렙의 업무 영역에 케이블TV나 뉴미디어 등을 포함시킬지 여부, 취약매체에 대한 지원 방식 등의 이슈도 맞물려 있다.
◇4월 국회 통과 가능성은?=여야 모두 미디어렙 관련 법안 처리가 시급하다는 사실은 인식하고 있지만 4월 임시국회에서 여야간 합의가 도출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인 한선교 의원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미디어렙 관련 법안에 대해) 여야간의 협상에 걸림돌이 있다. 그 점을 해결해 4월에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복잡하게 얽힌 미디어렙 논의에 정치적으로 여야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신규 종합편성채널의 광고 문제까지 끼어들어 법 통과는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단언하기 힘든 상황이다.
민주당은 직접 광고 영업을 할 수 있게 돼 있는 종합편성 PP로 하여금 광고 영업을 의무적으로 미디어렙에 위탁하도록 하는 방안을 강도 있게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31일 브리핑에서 "4월 국회 중에 종편에 대한 채널과 광고 특혜를 제한하는 내용의 방송법과 미디어랩 관련법의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관련 상임위인 문방위와 정책위에서 깊이 있게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까닭에 이 당의 전병헌 정책위의장은 지난 6일 국회 토론회에서 "2년 이상 끌어온 문제를 한 달 안에 끝내기 어렵다. 4월에 집중 논의해 6월에 정할 예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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